한 권 사회부 차장

심신미약은 시비를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뜻하는 형법상 개념으로, 민법의 심신박약과 같은 뜻이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해 범죄를 저질러도 법이 정한대로 처벌하기 어려워 심신미약 판결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지난 2008년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장기 파손 등의 심각한 상해를 입히고도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이 선고된 '조두순 사건',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생면부지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범인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형된 '강남역 살인사건' 등이 심신미약으로 인정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반면 2012년 4월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은 "술을 먹고 외로움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29)는 수십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우울증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심신미약 감경 규정이 면죄부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김성수씨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문제도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강력범죄인데도 다른 결정이 나와 신상공개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심신미약을 면죄나 감형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강력범에 대해 사법 당국은 보다 엄격히 대응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올바른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심신미약 판단 절차에 허술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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