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파도는/섬으로 통한다/섬의 체온에 따뜻해진 파도는/멀고 먼/대륙의 해안에 닿아/더운 체온을 풀어놓는다”(‘파도·1’)

 94년 「시인과 사회」로 시단에 나온 김규중 시인이 8년 만에 첫 시집 「딸아이의 추억」을 묶어냈다. 중학교 교사인 시인은 대학 졸업 후 첫 부임지인 한 학교에서 해직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그는 전교조 활동에 열중하며 틈틈이 시를 써왔다.

 일견 격정적인 어투를 연상하게 되지만 그의 시는 오히려 조용하다. 조용하지만 그의 시선은 아무리 소소한 일상도 놓치지 않는 듯하다.

 시인 나기철이 이런 그를 ‘무반주 첼로곡’같다고 말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교단에서의 소회를 토로하는 그의 시편들은 잘 발효된 ‘빵’과도 같다.

 하지만 그 향기가 단순히 서정성을 획득하려는 시적 장치가 아니라는 사실은 ‘철새’연작에서도 느낄 수 있다. “네가 돌아오지 않는 날/나는 이 섬을 떠나리라’고 말하며 “그 먼 하늘을 날아와/차가운 부리로/내 머리를 쪼아다오”라는 시인의 진술은 그가 내부적으로 치열한 자기반성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 살 난 딸아이와 함께 간 바다에서 “아빠, 바다에 갔지이”라고 되묻는 딸아이의 말을 옮기는 짧은 시 ‘딸아이의 추억’은 일상의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는 시인의 감수성을 느끼게 한다.

 “따사로운 햇볕에 잘 말린 솜/이불 같은/이불 같은 사회였으면/이불 같은 자연이었으면”(‘이불 같은 아빠’중)라는 시인에게서 우리는 세상에 대한 애정과 애정의 무한 확장을 바라는 시인의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내일을 여는 책.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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