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수 제주소방서 이도119센터

최근 소방차, 경찰차 등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진로를 확보해 주기 위해 도로 위의 차량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긴급차량을 위한 진로 양보는 시민의 인식 변화와 홍보 활동으로 많이 개선됐다. 

반면 소방 통로 확보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는 초기 5분 이내에 진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5분이 지나면 화재의 확산 속도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며, 10분이 지나면 최성기에 도달해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 규모와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구조차량이 재난현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됐다.

제주도의 골드타임 내 소방차 도착률은 지난 2015년 70.2%를 정점으로 2016년 65.5%, 지난해 61.6%, 올해 6월 기준 50.5%로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소방차의 현장 도착률이 해마다 떨어지는 이유는 불법 주차 차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소방청의 기준에 따라 제주도는 소방차 진입 불가 및 곤란 구역이 19곳으로 나타났지만, 주택가 및 아파트 진입로의 불법 주정차가 만연해 소방차 등 실제로 긴급자동차가 통행하기 곤란한 곳이 많다. 

지난해 12월에는 좁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밀쳐내어 화재현장으로 진입하는 캐나다 소방차의 화재 출동 영상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법률상으로는 화재 진압 시 불법 주차 차량을 제거 또는 이동시키고 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소방관이 책임을 직접 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캐나다 소방관처럼 대응하기 힘들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경우 긴급차량의 출동로 확보를 제도적으로 철저하게 보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8월 7일부터 소방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돼 공동주택 내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설치가 의무화되고 소방관련 시설 주변의 주·정차 금지가 확대됐다. 법 개정으로 소방출동로 확보가 표면화됐으니 집중 홍보를 통해 시민의식 변화를 또 한 번 기대해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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