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양성평등과 성평등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두 용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의 번역용어로 양성평등과 성평등이 혼용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이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시민이 생각하는 성차별적 언어를 보면 사회의 담론은 이미 변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 제기가 된 유모차(乳母車)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여교수, 여직원, 여의사, 여군, 여경, 여성공무원, 여배우, 여사장 등과 같이 유독 하나씩 더해져 있던 '여(女)'라는 글자다. 교수, 직원, 의사, 군인, 경찰, 공무원, 배우, 사장 등으로 불러도 무방한데 왜 꼭 '여(女)'자가 포함되어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처녀작, 처녀비행 등은 첫 작품, 첫 비행 등 처음이라는 의미를 지닌 '첫'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 대학가의 '총여학생회' 존치에 대한 논란 역시 환경변화에서 기인한다. 존폐위기와 관련된 상황을 굳이 논의 하지 않아도 80년대 소수 여학생 권익신장을 위해 탄생한 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의 기능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넘어 혐오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제주도에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성평등정책관 제도를 신설하는 등 모든 정책의 성평등 개념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정책관 제도를 통해 정책이 특정 성에 치우지지 않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어느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닌 모든 부서를 아우를 수 있도록 부서간 칸막이를 넘어 협치와 협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보는 성평등 관점,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지난하게 나타나고 있다. 낮은 정책 체감도와 정책 피로도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성정책에 대한 정책 타깃의 변화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양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정책에 대한 접근방식만 놓고 본다면 초기 여성중심주의(WID·Women in Development)에서 젠더중심주의(GAD·Gender and Development)로 그리고 성주류화(GM·Gender Mainstreaming)까지 변화됐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여성정책은 여성중심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젠더중심주의단계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중반 이후 적극적인 조치로써 성별영향평가 및 성인지예산,성 인지 통계 등 관련 전략이 마련돼추진되고 있지만, 역시 현장의 온도 차이는 미온적이다. 

여성이 체감할 수 있고, 생활안전 차원에서 무인택배함을 설치하고, 여성안전·안심귀가길 운영, 공동육아나눔터 등을 마련하면서 더 나은 살기 좋은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의 삶이 그리고 환경이나 인식의 변화까지 확산되는데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민선 7기에 신설된 성평등정책관이 제주의 성평등 정책을 만들고 성주류화 정책을 확대하는데 있어 중요한 키맨(keyman)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성(性)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굳이 평등을 인권을 강조하지 않아도 일상에 녹아들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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