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철 제주대학교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장

10월 29일은 세계 뇌졸중 기구가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인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3위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10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상당수의 환자가 30일 이내에 사망한다. 생존하는 경우에도 약 30%의 환자에서는 심각한 장애가 남게 된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과적인 급성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같이 중요한 뇌졸중의 급성기 치료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뇌혈류의 특성으로 인해 신경세포는 혈액공급이 차단되는 그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시작되고 치료가 매 1분 늦어질 때마다 신경세포가 약 200만개씩 손상이 된다. 따라서 뇌졸중 치료는 빠르게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다. 정맥으로 투여하는 혈전용해제의 경우 아무리 늦어도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는 약이 투여되어야 한다. 혈관내로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6시간 이내에는 시술이 시행되어야 효과적이다. 이같은 효과적인 급성기 치료를 위해 뇌졸중의 증상을 잘 인지해 증상이 발생하는 즉시 119를 이용하여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09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돼 운영하기 시작한 제주대학교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는 제주도 전역을 책임지는 포괄적 심뇌혈관질환 전문센터를 목표로 해 응급환자에 대비한 24시간 상시 진료체계를 운영 중이며 제주도민의 뇌졸중 증상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공중파 방송, 도민 건강강좌, 정기 소식지발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뇌졸중으로 입원한 모든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해 뇌졸중의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전문의가 직접 환자 맞춤형 뇌졸중 교육을 시행하여 환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급성 뇌졸중 환자의 효과적인 응급 후송을 위해 매년 119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하여 뇌졸중에 관한 최신 교육을 시행 중이고 도내 타의료기관과의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을 위한 최적의 진료환경을 이루도록 노력했다.

그렇다면 도내 급성기 뇌졸중 치료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민의 뇌졸중의 증상에 관한 인지율은 60.7%이고 전국 평균인 50%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비교적 높은 증상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환자의 약 30~40%만이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환자의 약 53%만이 119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에 방문하는 실정이다. 그 결과 도 전체에서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의 10%만이 급성기 증상을 호전시키는 유일한 치료인 혈전용해 치료를 받았다. 타 지역과 비교해 119구급차 이용률, 6시간 이내 도착률, 그리고 혈전용해 치료 비율이 높인 편이긴 하나 뇌졸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고려하면 현재에 만족할 수 없다.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친 각계의 노력으로 지난해 5월 정부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중이다. 제주도도 이 법률에 의거해 심뇌혈관질환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뇌졸중으로부터 안전한 제주특별자치도를 간절히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의 비율을 현재보다 두 배 더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주대 권역심뇌혈관센터 뿐만 아니라 도내의 유관기관 모두가 도민들의 뇌졸중의 증상 및 응급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이같은 노력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어야 한다. 둘째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현재의 환자이송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응급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 되는 경우 환자들의 경과가 악화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뇌졸중과 같이 시간을 다투는 질환의 경우에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의 이송은 중요하다.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서 최적의 치료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병원전단계의 뇌졸중 환자 이송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아름다운 제주도가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찾은 수많은 관광객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으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지역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를 위해 제주 권역 심뇌혈관센터가 앞장서 노력할 것이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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