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은 144개국 중 118위다. 또 세계경제포럼은 보고서에서 세계 남녀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데는 217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리천장(여성들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내의 보이지 않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날로 활발해지고 여권도 신장됐다. 여성가족부의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여성법조인 비율은 26.1%, 의사는 25.4%에 달한다. 행정직 소속 국가 공무원 중 여성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남성을 앞지른 후 점차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변화속에도 성평등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남녀간 임금격차는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30대 기업 중 남녀 연봉을 모두 공개한 20개사의 현황(2017년 기준)을 보면 여성의 급여는 남성의 68%수준이었다. 또 국내 여성 임금근로자 881만8000명 중 비정규직은 363만2000명(41.2%)다. 비정규직 중 여성의 비중은 남성(26.3%)보다 14.9% 포인트 높다. 게다가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몇 년째 상승중이다. 여성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육아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로 여성들의 경력은 자연스레 단절되고 나중에 일을 재개하더라도 남성의 급여 수준을 따라갈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전문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모성 페널티(Motherhood Penalty)'라 부르기도 한다. 엄마들이 일터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불이익이라는 의미다. 여성들의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성육아휴직 제도 활성화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제도를 사용하는 남성들은 적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스위덴·핀란드 등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 된 나라들은 소득대체율이 60% 이상으로 높다. 

모성 페널티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보육 인프라 구축,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등 사회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모성 인센티브'까지는 아니라도 모성 페널티를 줄일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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