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생존 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이 시작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지난 29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4·3 생존 수형인들이 군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지 70년만의 정식 재판이다. 당시 군사재판은 공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을 남기지 않았고 현재 남아있는 자료는 정부기록보존소가 보관한 수형인 명부가 유일하다.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형식적 불법 재판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생존 수형인들은 자신들의 죄목을 들을 수 있었다. 공소장이 없는 검찰은 피고인들의 진술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법정에서 처음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10명은 군법상 내란실행 혐의, 8명은 계엄령에 따라 국방경비법을 위반한 혐의다. 하지만 정확한 범죄 일시와 장소는 특정 짓지 못했다. 검찰과 변호인측간 논쟁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다음달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2차례의 심문을 거쳐 12월 결심 공판을 연다. 이에 따라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에는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심 재판을 받는 생존 수형인들이 지난 세월 겪어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아무 잘못 없이 형무소 생활을 했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전과자라는 낙인을 안고 사회의 냉대와 국가의 감시 속에 살아왔다. 더욱이 자식과 손자까지 연좌제로 차별과 압박에 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들처럼 불법 군사재판을 통해 수감된 제주도민은 2530명에 달한다.

80~90대의 고령이 된 생존 수형인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아생전에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70년 한과 악몽을 씻어줄 수 있는 재판부의 결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재심이 초사법적인 군사재판에 희생된 4·3 수형인뿐 아니라 모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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