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 논설위원·서귀포지사장

 

기대 못 미치는 중앙절충력 

제주도의회가 서귀포시의 국비 확보 노력이 미흡하다고 질타한 후 행정시의 위상과 역할이 재삼 거론되고 있다. 종전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에 비해 권한이 크게 약화된 행정시가 중앙부처 예산 절충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사상 우대 등 공직사회에 선의의 경쟁심을 불어넣는 사기진작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서귀포시 행정사무 감사장에서는 공직사회의 국비확보 노력을 강조하는 도의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 송영훈 의원(남원읍)이다. 송 의원은 이날 양윤경 시장에 대해 2018·2019년 2년간의 1차산업 국비 확보 요청액을 비교하면서 "올해는 260억원으로 작년 270억원보다 10억원 줄었다"고 꼬집었다.  

양 시장이 적극적인 중앙절충을 약속하면서 도의원들의 질타가 일단락 됐지만 서귀포시 공직사회의 볼멘 소리도 들린다. 나름 한푼의 국비라도 더 받아내려 중앙절충에 나서고 있지만 행정시의 한계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시·군 기초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같은 수준의 사업과 금액의 국비를 요청하더라도 중앙부처에 전달하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행정시의 중앙절충 한계론이 서귀포시 공직사회의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수긍이 간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과 주민들이 선출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위상·권한이 중앙무대에서도 천양지차인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반면 주민에게 징수하는 지방세만으로는 현안사업 해결 및 주민복리 증진 정책에 쓸 돈이 부족하기에 행정시의 한계론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거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행정시의 중앙절충 노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돌이켜보면 10여년 전 제주는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저마다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걸 만큼 선의의 경쟁이 치열했다. 주민들 역시 자신들이 선출한 단체장의 능력을 검증하는 중요한 요소로 국비 확보 규모를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행정시로 바뀐후 공직사회 내부의 국비 확보 경쟁과 열정이 식으면서 중앙절충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도민들의 평가가 적지 않다.  

도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행정시보다 더 큰 권한을 보유한 도 본청의 중앙절충력이 강화돼야 한다. 자치재정권을 보유, 행정시보다 중앙절충 여건이 양호한 도 본청이 국비 확보의 중심적 기능을 담당해야 함에도 전국 평균에 비해 국비 증가율은 하락하는 탓이다. 제주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제주도의 연평균 국비 증가율은 3.42%로 전국 평균 증가율 7.32%의 절반에도 미치질 못할 정도다. 2018년에도 정부예산이 7.1% 늘어난 반면 제주 국비 증가율은 0.5%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민선 7기는 첫 해인 2019년 국비 증가율이 2018년 대비 6.5%로 최근 5년 동안 최고를 기록하면서 고무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7% 늘린 정부의 '슈퍼 예산'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도 적지 않다. 내년 국비 확보액도 1조355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신청액 1조6119억원의 84%에 불과해 공직사회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직면한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의 국비 확보액만 해도 507억원으로 신청액 1203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 본청이 더 분발해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정부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우리나라의 재정구조 특성상 제주 공직자의 국비 확보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말 국회에서 정부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지역 국회의원들과 긴밀하게 협력, 도민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승진 잔치를 벌이는 공직자가 국비 확보를 게을리하면 "지도자를 잘못 뽑았다"는 도민들의 도정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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