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습지에 관한 협약이란 1971년 2월2일 카스피 해 남부 해안에 있는 이란의 람사르(Ramsar)라는 도시에서 채택된 정부 간 조약으로 람사르 협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람사르 협약의 공식적인 명칭은 "특히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주로 물새 서식지로서의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람사르 협약에 의하면 습지는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물이 정체하고 있든 흐르고 있든, 담수이든 기수이든 염수이든 관계없이 소택지, 저층습원, 이탄지 또는 수역을 말하며 여기에는 간조 시에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해역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습지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자연환경 중 하나이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요람이며 수많은 동식물 종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일차적인 생산성을 제공한다. 습지는 수많은 조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그리고 무척추 동물 종의 집단을 지원한다. 또한 습지는 식물유전자물질의 중요한 보고이다. 습지는 토양, 물, 식물, 동물과 같은 습지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구성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완화하고 침식을 조절하며 지하수를 충전하고 지역의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인류의 문화유산의 일부로서 심미적,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며 야생동물의 피난처를 제공하고 지역의 사회 경제 및 문화적 전통의 중요한 기초를 형성하는 곳이다. 자연환경이 사람들에게 직접영향을 주는 생태계서비스 중에서 습지의 문화적 측면에서는 물질적, 비물질적 문화적 가치, 혜택 및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습지에 관한 람사르 협약은 습지관리에 있어서 지역공동체 및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강화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공동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습지의 현명한 관리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으며 특히 습지관리와 관련하여 고유의 지식, 경험 및 포부를 가지고 있어서 습지지역 관리에 참여하고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여 혜택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습지의 주인이고 관리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습지정책과 프로그램 개발 및 이행에 주민들의 참여가 우선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지역강사양성교육, 관리원 감시원을 위한 상시교육프로그램 마련, 다양한 전문가들의 통합관리 과정 등의 인력양성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8년 두바이에서 열린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7개국 18곳의 도시를 람사르 습지도시로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람사르습지도시'는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제안·발의하여 지난 2015년 6월 람사르협약 결의문으로 채택되어 당사국들에게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국제 인증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륙습지 3곳(제주시 동백동산, 인제군 대암산용늪, 창녕군 우포늪)과 연안습지 1곳(순천만 갯벌) 등 우리나라 모범습지 4곳이 람사르습지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들 4곳의 습지는 국제사회가 인증하는 '람사르' 브랜드를 6년 간 사용할 수 있다. '람사르' 브랜드를 지역 농산물이나 생산품 판촉, 생태관광 활성화 등에 활용하면 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등 국내·외 홍보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습지보전이용시설, 생태관광 기반시설 확충 등 '람사르습지도시' 인증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가 지원도 받게 된다.

제주 동백동산은 특이한 곶자왈 지대에 형성된 습지로, 마을규약을 통해 주민주도형 습지 보전활동과 생태관광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주도형이 아닌 지역주도형 습지보호관리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기위한 지역 주민들의 열정과 관심이 선정결과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첫걸음이라 여기면서 람사르 습지도시의 진면목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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