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에 결국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 예산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도의회는 그동안 재밋섬 건물 매입 과정과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도가 재밋섬 건물 리모델링 비용 60억원 중 도비 45억원을 출연하겠다며 동의안을 제출하자 의회가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지난 30일 제365회 임시회 제3차 회의를 열고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을 위한 시설비 출연 동의안'을 심의해 부결 처리했다. 여러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예산 투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다. 의원들은 계약금 1원에 위약금 20억원인 비상식적인 조항을 비롯해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인 신한은행이 빠져있는 매매 계약, 재단의 도감사위원회 허위 보고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도감사위원회에서 재밋섬 건물 매매 과정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데다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도 국비 15억원을 확보한 뒤 사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날 의회에서는 이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양영식 의원은 "지난 100일간 의회는 절차적 부당성, 계약의 위험성, 사업 타당성 문제를 제기했다"며 "감사 중인 사업을 강행하려고 도가 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경용 위원장도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사업이라면 재단이 아닌 도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밋섬 건물 매입에는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도민 혈세가 들어간다.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시작부터 논란도 많고 갖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가 굳이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원 지사의 공약이어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도는 먼저 도민사회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사업의 원점 재검토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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