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입맛따라 손맛따라 45. 다은식당

간밤 문틈 새 들어온 찬바람에 이불을 끌어올렸다. 몸과 마음이 무거운 출근길, 따뜻한 아침 공기로 괜스레 기분 좋아지던 가을이 벌써 그리워진다. 제주시 이도2동 제주지방법원 근처에는 생각보다 더 일찍 찾아온 추위에도 따뜻한 밥상으로 손님을 맞으며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는 가게가 있다.  

언뜻 가게 이름을 보면 ‘자녀의 이름일까’ ‘주인의 이름일까’ 싶지만, 알고 보면 ‘다사롭고(따뜻한 기운이 있는) 은은한’이라는 순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다은식당’이 그곳이다.

인천에서 건축설계사를 업으로 삼았던 아내 한진숙씨와 현장안전관리를 맡던 남편 박우진씨가 몇 해 전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내려와 식당 문을 열었다.

대표 메뉴는 건강한 제주흑돼지로 양념한 제육볶음이다. 박우진 대표가 제주시 이도1동 돼지구이연구소의 요리법을 배워 주메뉴로 내건 제육볶음은 특별한 맛으로 손님을 끌어모은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오로지 ‘조리법’으로만 담백하면서 맵지 않은 ‘불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파채, 양배추, 당근 등 채소와 고기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고소하고 매콤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철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제육볶음에 우동을 함께 볶으면 말 그대로 ‘볶음우동’이 된다. 다은식당은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는 제육볶음에 특별한 비법을 더해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입맛을 돋우는 새싹 비빔밥도 손님 발길을 끌어모으는 일등 공신이다.

고슬고슬한 밥과 고소한 달걀부침, 새싹 등을 채소·돼지고기·고추장 등으로 만든 특제 볶음장에 비벼 먹으면 건강한 맛이 입을 즐겁게 한다.

흑돼지고기가 들어간 카레에 부드러운 순두부로 식감을 더한 신메뉴 카레 순두부도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단골손님을 둘 수 있는 이유는 정직한 초심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숙·박우진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맛있고 따뜻한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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