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심 하천중 산지천과 병문천, 한천, 독사천, 흘천 등 5곳에는 복개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이들 하천중 4개 하천이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내습 때 범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하천 중류에 저류지가 설치돼 범람피해를 줄이고 있으며 복개구조물 철거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천의 경우 내년부터 2023년까지 300억원을 투입해 한천 복개구조물을 철거한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반면 복개구조물에 의한 범람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산지천 복개구조물 철거를 포함한 재해예방대책은 미진하기만 하다.

산지천 복개구조물 구간은 바로 위쪽보다 폭이 좁아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상부를 지탱하는 기둥 역시 유속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산지천은 태풍이 올 때마다 복개구조물 교량 난간까지 수위가 올라 범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지천 범람은 동문시장을 비롯한 인근 상가 뿐 아니라 중앙지하상가 침수까지 불러올 만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며 막대한 재산피해 및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8월 태풍 '솔릭' 내습 당시에도 범람 우려로 동문시장 인근 주차장에 대한 차량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산지천 복개구조물에는 상가가 밀집해 있는데다 일부 사유지가 포함돼 있어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10년 넘게 복개구조물 철거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없이 용역과 논의만 되풀이하면서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이제라도 범람을 예방하기 위한 방재시설 추가 설치나 산지천 복개구조물을 철거한 후 상가를 새롭게 조성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만 복개구조물 위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만큼 이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복개구조물로 인한 병목현상과 노후가 점차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가 많다고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다가는 더 큰 피해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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