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30분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들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극적 재미와 제주색 충만…홍보 부족 등 아쉬움 남겨
천신·산신·동네아주머니, 제주어 구사 등 재미 선사
풍부한 감정·갈등구조 눈길…"비극적 요소 더했으면"

제주에 실존했던 홍윤애(홍랑)와 조정철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창작연극 '섬에서 사랑을 찾다'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첫 시도의 어려움 속에서도 제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는 성공했지만 흥행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주문됐다.

이번 연극은 제주시가 시도한 제주 소재 창작연극개발사업 선정작으로, 한윤섭 작가의 희곡을 바탕으로 김성노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연출을 맡아 3일부터 4일까지 제주아트센터에서 세차례 공연을 가졌다.

역모사건에 연루돼 유배 온 조정철과 그의 처소에서 허드렛 일을 하던 스무살 처녀 홍윤애가 사랑에 빠지는, 제주에서는 익히 알려진 스토리를 새로운 연극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렸다.

먼저 지역과 인물, 사건이 특정돼 있는 상황에서 요즘처럼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천신과 산신, 동네 아주머니 3인방이 각각 호흡을 맞춘 코믹 연기는 객석에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인 홍윤애와 조정철, 악역 김시구 역을 맡은 배우들도 능숙한 연기로 인물간 감정과 갈등구조를 풍부하게 그려냈다.

앞서 공연된 오페레타 '이중섭'이나 '뮤지컬 만덕'과 비교해 제주어 비중을 크게 늘린 점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한양 도성이나 조정철·김시구의 대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주어 연극에 가까울 정도로 지역적 색채를 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각 공연마다 객석의 절반을 채우지 못해 관심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8월 말 희곡 선정 이후 두 달이란 짧은 준비기간을 감안해도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절절한 사랑과 비극적 결말 부분을 더 보고 싶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3일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개인적으로는 제주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대했는데, 조정철의 집안을 둘러싼 싸움과 유배생활이 분량을 제법 차지해 홍윤애가 사랑을 찾고, 지키는 부분은 생각보다 적었다"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고증, 전체 서사구조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의견도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계 인사는 "홍윤애의 스토리는 제주콘텐츠 중에서도 비장의 무기로 꼽힐 만 하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제주연극계가 보여주고 싶어한 내용과 대상이 분명했는지, 현재의 행정지원 형태로 지속 발전할 수 있는지 등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을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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