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 심재 선생 유물 설명회에서 김계연씨가 선친의 유품을 설명하고 있다.<김영학 기자>
 「탐라기년(耽羅紀年)」의 저자 심재(心齋) 김석익(金錫翼·1885∼1956) 선생이 남긴 유품 1000여 점이 선생의 후손인 김계연씨(67·서울)에 의해 국립제주박물관에 기증됐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은 「탐라기년」「탐라관풍안」원본과 심재 선생이 생전에 썼던 문방사우, 인장, 안경과 경서류, 사서류, 자서류, 소설류, 서화, 법첩, 탁본 등 모두 1067점이다.

 기증 유물 중에는 1650년경 광산 김씨의 호적과 조선조 미수 허목의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 탁본, 소동파의 ‘취옹정기’ 탁본 등 법첩과 독립운동가 김명식 선생의 형인 김형식이 쓴 심재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1908년 정월에 등출(謄出)된 1650년경 광산 김씨 호적에는 당시 자식들의 이름과 나이, 노비의 수와 나이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17세기 중반의 제주목의 호적 원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시 제주사회를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들은 앞으로 정리 작업과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다면 제주 근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주박물관 조현종 관장은 “이번에 기증된 유물은 모두 학문적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앞으로 제주를 연구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재 선생은 일제강점기의 한학자이자 향토사학자로 전남 광주의 부해(浮海) 안병택(安秉宅) 문하에서 글을 배웠다. 심재 선생이 1915년 완성한 제주역사서 「탐라기년」은 제주도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히는 명저다.

 강창보, 한상호, 김택수, 김정로, 고경흠, 박경훈 등이 심재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해방 후 1948년에는 만장일치로 민주독립당 제주도지구당 도당위원장을 선출되기도 했으나 선생이 학자의 길을 고집, 취임하지 않았다.

 특히 1906년부터 1955년까지의 제주 근현대사를 다룬 탐라기년 속편에는 당시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4·3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심재 선생의 유물을 기증한 김계연씨는 선생의 자제로 “후학들의 향토사 연구사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물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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