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한국학」스콧 버거슨. 이끌리오. 1만원.
 96년 한국을 방문한 이후 종로의 허름한 여관에 묵으면서 스트리트 매거진 「버그」를 만들고 있는 저자의 이상한 한국 바라보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은 ‘예수’라고 말하는 그의 재기발랄한 입담과 손수 찍은 사진들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방인 관찰자의 시선은 때로 날카롭게 한국사회를 진단하며 한국을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몇 가지. 한국인들의 새 것 숭배는 이상하다. 출고된 지 5년이 넘은 차는 보기 힘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정작 주요한 산업은 젊은 층만을 타깃으로 한다. 자연미가 한국예술의 특징이지만 동대문시장은 가짜의 천국이다.

 스스로 잡스러우면서도 발칙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통념으로 여기는 우리 문화에 대해 이방인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이용한 글. 심병우·안홍범 사진. 웅진닷컴. 1만4000원.
 도롱이를 걸치고 논으로 향하는 촌부의 사진. 우리의 것이라고 단박에 알아채지만 실상 이런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찾기는 힘들다. 새끼를 꼬고 똥장군을 치는 모습들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일상이었다.

 잃어버린 일상,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그리움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놓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옛 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인사동이나 호사가의 수집품쯤으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통해 저자는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아쉬움을 진하게 토로한다.

 사계절, 때 맞춰 농사를 지었던 농가의 하루 하루를 그들이 실제 사용했던 용구들의 모습으로 다시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흔하디 흔한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그 흔함마저 우리의 생활에서 사라져버린 그 시절들을 만나는 기쁨을 주고 있다.

◈「야수들의 밤」오시이 마모루. 황금가지. 9000원.
 ‘공각기동대’‘아발론’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쓴 장편소설. 애니메이션을 통해 과학과 미래에 대한 허무주의를 표방했던 그만의 색채를 영상이 아닌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화염병 가두시위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로스차일드의 일족인 흡혈족과 인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을 통해 1960년대 일본의 전공투 운동이 던져줬던 인간의 정치 투쟁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참담한 경험을 풀어놓고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도저한 허무주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소설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규정하는가 라는 물음을 작가는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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