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영향력 있는 중국 거리전기(格力電器·Gree Electric)의 동밍주(董明珠)회장은 정화섬신년론단(正和島新年论坛)의 연설을 통해 정년까지 일한다면 모든 직원에게 '1직원 1주택'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제공되는 주택은 방 2칸과 거실이 있는 것으로 아무리 집 값이 높이 올라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최근 주하이시(珠海市)로부터 공급받은 8만720㎡ 부지에 주택 건설을 위한 기공식을 했다. 11개 동 3000가구를 건설해 오는 2021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밍주 회장은 지난 1990년대 200명이었던 거리전기의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능력만으로 팀장과 부장, 부사장을 거쳐 2012년 창업주가 은퇴하면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거리전기는 2000년대부터 중국 에어컨 판매 1위를 자리를 차지하며 LG전자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후 세계 에어컨 판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160여 개국에 에어컨과 관련 솔루션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87%가 증가한 224억 위안으로 우리 돈 약 3조8261억원에 해당된다.

거리전기는 영업 전략에 있어 대금 없이 제품을 제공하던 방식에서 결제 후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해 저가 중심 상품에서 기술을 바탕으로 품질제고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업이 보유한 연구 인력만도 8000명으로 국가 수준의 연구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하루 평균 17개의 특허를 출연할 정도로 연구개발투자를 중심의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격적인 기업 경영을 이끌어온 동 회장의 삶의 궤적을 보면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의 삶을 살다 한부모가정이 되면서 취업을 한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업을 해본 적도 없는 그가 입사 후 2년 만에 우리 돈으로 약 26억7000만원 정도인 1600만 위안의 에어컨을 팔면서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어떤 훈련이나 교육 없이 이루어낸 성과는 당시 회사 매출의 8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령 여름에 판매하는 에어컨을 겨울에 팔아 예약주문을 성사시키는 등 말단 사원에서 기업 경영의 책임자인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점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기업 경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생각된다.

다음으로 그가 표방한 경영전략 역시 서로 상생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전체 이익의 일부를 대리점의 보조금으로 지급하거나, 비성수기 이윤환급제도, 지역 밀착형 판매전략 등 다양한 영업 전략이 오늘날의 거리전기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거리전기는 일명 '거리모델'이라고 하는 경영원칙을 동 회장은 고수하고 있다. 경영환경과 시장의 변화가 아무리 있더라도 장애를 넘어 최상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동 회장이 영업을 위해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밥이나 술 등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등 투명한 경영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투자 등을 보면서 여성의 정치·사회참여가 높은 핀란드의 국가청렴도가 생각났다.

센 언니로 알려져 있는 동밍주 회장의 기업에 대한 경영가치와 직원 복지, 사회 공헌 등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여성적 가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중요한 시사점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혁신과 지속, 직원의 더 많은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기업이 제공한다면 지역의 일원으로 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주에서도 이런 기업가가, 이런 기업이 탄생하기를 그래서 더 많은 인재가 지역에서 일하고 지역을 성장시킬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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