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정치부 차장

갑질은 '갑'이란 단어 뒤에 행동이나 태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이 붙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사회적 강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약자에서 횡포를 부릴 때 흔히 쓰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대한항공 조현민 상무가 광고대행사 직원들과 회의 도중 물이 든 컵을 던진 사건을 보도하면서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했다. NYT는 갑질을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그 이미를 설명했다. 당시 일본 교도통신은 '파워하라'(Powerhara)'라는 단어로 조 전문 사건을 알렸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일본식 조어로, 상사에 의한 부하 괴롭힘을 뜻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인간의 삶 속에서 정의의 문제를 관장하는 역할을 했다. 인간의 세상에서 잘못된 판결에 의해 정의가 훼손될 때면 디케는 대한 응징으로 재앙을 내렸다. 그런데 디케는 인간의 타락과 악행을 보다 못해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가 됐다고 한다. 로마시대에서 정의의 여신은 유스티치아(Justitia)라고 불리었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바로 유스티치아'에서 유래됐다.

전 세계 수많은 법원 앞에는 디케 또는 유스티치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대한민국 대법원에도 마찬가지다. 이들 정의의 여신상의 손에는 저울 또는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사건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양 회장 이전에도 수많은 기업 총수들이 갑질을 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없었다.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만큼은 '유전무죄 유전무죄'라는 법조계의 정설이 깨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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