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제주시 미래컨벤션센터에서 '제주도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일제강점기 당시 알뜨르 비행장, 정뜨르 비행장 건설에 강제징용된 강공남 할아버지(90)가 단상에 올라 피해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도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강공남 할아버지 증언
집단소송에 도민 111명 본격 합류…"추가 접수중"

"하늘에서 비처럼 반짝반짝 거리던 게 땅에 쳐 박히니 화염으로 크게 번졌다. 폭탄이었다. 그 와중에도 정뜨르 비행장 노역을 지속돼야 했다"

제주지역 일제강제징용 피해자인 강공남 할아버지(90)는 7일 오후 제주시 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도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설명회'에서 "뒤늦게라도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할 뿐"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한 이후 열린 제주지역 첫 설명회로 주목받았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1004명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중인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강 할아버지는 "농번기, 농한기 구분 없이 강제징용됐다"며 "어머니가 챙겨준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며 버텼다"고 당시 피해를 증언했다.

제주도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가 많은 지역 중의 하나로, 이른바 '결7호 작전'이라는 일본본토 수호를 위한 최후의 교두보로 이용됐다.

제주도 전역을 군사 요새화하기 위해 도내 곳곳에서 진지동굴 구축과 비행기 격납고, 지하벙커 등을 건설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도민들이 강제 징용됐다.

7일 오후 제주시 미래컨벤션센터에서 '제주도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일제강점기 당시 알뜨르 비행장, 정뜨르 비행장 건설에 강제징용된 강공남 할아버지(90)가 단상에 올라 피해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강 할아버지 역시 일제강점기인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공사(서귀포시 대정읍 소재)'과 '정뜨르 비행장 활주로 공사(제주시 용담동 소재·현 제주국제공항)' 등 일본 육군 비행장 건설 현장에 강제 투입돼 온갖 학대와 노동 착취를 당했다.

특히 강 할아버지를 포함한 제주지역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본격 합류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는 지난달 15일부터 노무자 소송과 군인군속 소송 등 집단소송에 참여할 제주지역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11명(생존자 7명·유족 104명)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접수한 집단소송 참여자는 현재까지 15만명이며, 모집은 기한없이 지속 진행할 방침이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이번 제주지역 모집을 시작으로 소송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사죄와 보상은커녕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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