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 공연기획자·논설위원

제주는 몇 해 전 만해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았던 국제규모의 공연예술행사는 국제관악제와 합창제 정도로 문화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의 문화예술계가 제주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제주아트센터, 2014년 서귀포예술의전당이 개관되면서 부산, 대구 등의 대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연극, 오페라, 발레, 뮤지컬,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제주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와 연극 등도 제작되면서 붐업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빈 객석, 작품의 완성도, 후속작업의 부재 등은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지난 6월에는 문화부 산하 전문무용수지원센터(박인자 이사장, 숙명여대 교수) 주최 제주국제댄스포럼을 개최했다. 이어서 10월에는 무용예술과 제주관광이 접목된 제주댄스빌리지 조성을 통한 제주예술관광도시 조성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포럼과 축하공연에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문훈숙 유니버셜발레단장, 도정임 한국발레협회장, 박인건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 대학교수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레전문가 및 예술경영전문가와 유관기관의 단체장들이 대거 참가해 전국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획제작 중심의 문예회관 운영 

마침 제주문예회관에서도 개관 30주년으로 국립합창단 공연 및 창원시립무용단과 제주도립무용단의 다양한 공연과 전시행사가 개최됐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축제가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또 문화예술교육도 꾸준하게 진행되는 등, 개관 4년차인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국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제주아트센터에서도 빈소년합창단, 폴란드챔버오케스트라 및 차이콥스키콩쿨 우승자 초청공연, 소프라노 조수미, 뉴욕필하모닉현악사중주 내한공연 등 국내·외 정상의 예술가들이 아트센터에 초청됐다. 특히 금번 11월 기획공연인 러시아발레단의 내한공연은 온라인 예매임에도 불구하고 티켓오픈 이틀만에 2회 공연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3개의 문예회관은 아직까지는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각 문예회관별 특성화 및 대표브랜드 공연 부재, 기획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운영중심의 조직체계, 공무원 중심조직의 비전문성, 소극적 회원제와 관객개발 프로그램의 부재, 시민과 예술가를 위한 다양한 시설 부족, 전속예술단체의 부재로 인한 기획공연제작 및 상설공연의 부재 등 다양한 제도적 문제와 과제를 지니고 있다. 

공립문예회관의 딜레마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든 공립문예회관은 우수하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기획을 바탕으로 전속공립예술단체와 협업으로 지역브랜드예술상품을 제작육성하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와 시민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 중심의 운영체계에서 공무원 조직과 민간의 장점을 접목한 거버넌스(Governance) 운영체계로 전환돼 운영해야 한다. 마침, 최근 국회의원 안민석(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이명수(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후원으로 '예술인 일자리 창출과 문화예술회관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국회도서관에서 공청회가 진행됐다. 행사를 주최한 월간음악저널 이홍경 대표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문예회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순환보직 공무원 중심의 운영체계에서 전문성을 강화한 재단법인 조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주를 위한 최우선 정책은 지역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그 우수성을 지구인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실현하는 정책현장은 바로 지역의 문화공간이나 문예회관에 있다. 문예회관은 단순히 공연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글로벌 제주를 위한 지역문화 최일선의 현장이고 지역문화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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