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성경을 보면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자를 예수 앞에 끌고 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를 묻자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치라"고 말하자 모두들 슬금슬금 도망쳤다고 한다. 그러자 예수가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시 유대인 율법으로는 간음한 사람은 돌로 쳐 죽이도록 돼 있었다.

인도 속담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며, 내가 하면 충고고, 남이 하면 비난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나를 재는 자와 남을 재는 자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일반인들에게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고위공직자라면 얘기가 달라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임명된 유은혜씨에 대해 말들이 많다. 올해 9월 19일자 동아일보의 고미석 칼럼에 의하면 유은혜씨는 지난 2007년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명박씨에게 "위장전입 이유가 자녀들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힐 뿐" "부동산 투기가 아니니 괜찮다는 것처럼 해괴한 논리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런 사람이 정작 자신은 지난 1996년 딸의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종교시설 주소로 위장전입을 감행한 처지였다. 즉 이 후보를 비난하던 시점 이전에 본인도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우리나라 지도층 중에서 법을 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경의 표현대로 하면 간음한 여인에게 돌팔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필자도 예외일 수가 없다.

그러나 국가의 지도적 녹을 먹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는 생각해야 한다.

그 첫째는 내가 지은 죄를 범한 사람을 자기는 짓지 않은 척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내가 죄를 지었다는 인식을 한다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하고, 내가 벌을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떳떳하게 처벌을 받고 다른 사람을 비난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그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 되는 직종은 맡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이나 행정자치부장관을 맡으면 안 되고, 방산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국방부장관을 맡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자기와 같은 죄를 범한 사람을 자기는 처벌받지 않으면서 처벌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련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교육부장관을 맡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즉 각 직역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훼손한 사람이 그것을 다루는 직역의 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양심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비리 등을 저지른 사람은 고위공직자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고 들었다.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후에 대통령께서 추천하는 이들 대부분이 이 다섯 가지 잘못들 중 적어도 하나는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고위공직자를 꿈꾸는 사람들 중 그런 잘못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비서실장을 시켜 적당히 엄버무리고갈 사항이 아니다. 당신이 한 공약을 지키지 못 하면 당연히 자신이 사과를 해야지, 요즈음 대기업 오너들이 잘못은 자신이 저질러 놓고 사과는 아랫사람 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신뢰의 상실이다. 공자님께서 이미 설파하셨듯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존립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를 웅변적으로 중명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마저 '내로남불' 같이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나라는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깊어가는 가을에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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