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늘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로 꼽힌다. 화재현장의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화마와 싸우고 인명을 구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재난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활약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제주 소방관들의 처우 역시 열악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소방인력의 부족이다. 택지개발과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소방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인력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올 8월말 기준 도내 119신고는 14만6768건으로 하루평균 604건에 이른다. 이에 따른 소방관들의 현장출동은 하루평균 211건이다. 현재 제주도 소방공무원 실제 근무인원은 정원보다 4명 부족한 815명이다. 하지만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 기준을 적용하면 현장활동 부족인력은 436명이나 된다. 소방인력 부족은 골든타임 확보 등 화재 예방과 진압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소방관들을 과중한 업무로 내몰게 된다.

그런가하면 소방관들의 건강상태도 심각하다.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제주 소방관 중 건강이상 소견율은 67.1%로 전국평균(62.5%)보다 4.6%포인트 높다. 질병 소견으로 관리가 필요한 소방관들이 이처럼 많지만 정작 이들에게 지원되는 특수건강진단 예산은 매년 줄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심신안정실 설치율도 전국 시·도 가운데 16위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119구급대원들에 대한 폭행도 잇따르면서 2016년 이후 16명이 폭행 피해를 입었다.

소방관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몸을 사리지 않고 재난현장의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그에 합당한 예우와 지원은커녕 이처럼 처우가 열악해서야 말이 안되는 일이다. 지자체 차원의 충분한 인력 확보와 의료, 복지 지원 등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더불어 정부도 소방관 처우 개선의 핵심인 국가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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