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제주 설화에는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한라산을 만들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한라산은 부악·원산·진산·선산·두무악·영주산·부라산·혈망봉·여장군 등 많은 이름으로 불려 왔으며,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과 더불어 전설상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진시황이 서복에게 동남동녀 오백명을 거느리고 한라산에 가서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명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한라산은 신령한 산이다.

또 한라산은 신선이 놀던 산이다. 신선이 백록을 타고 한라산을 돌아다니다 산정 호수의 맑은 물을 백록에게 먹인다고 해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라산의 한(漢)은 은하수를, 라(拏)는 맞당길나 혹은 잡을나로, 산이 높아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처럼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이 민족화합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른 이후 '백두에서 한라까지'가 남북교류의 상징 문구가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평양에서 합의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을 오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0일 백록담 정상에 올라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시 한라산을 방문할 경우를 대비한 사항들을 점검했다. 현재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가 착륙하는 것과 성판악 코스 주변 착륙장에 헬기가 내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고 보여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와 그 감동을 한라산에서도 이어가 제주가 남북 평화교류의 중심지로 떠오르기를 기대해본다.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에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아흔아홉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다.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한 것처럼 한라산의 전설을 들려주고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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