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편집부 차장

귤림추색(橘林秋色). 제주 명승지 10곳을 뜻하는 '영주십경' 가운데 하나다. 귤림추색은 주렁주렁 매달린 익어가는 귤을 바라보는 것이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제주는 청록색 나뭇잎과 노란 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귤이 익어가는 계절이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하는 서귀포 지역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 감귤이 재배된 시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본 문헌인 '비후국사'에 삼한에서 귤을 수입했다는 기록 등을 감안하면 삼국시대에 감귤이 재배됐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감귤은 귀한 과일 대접을 받았다. 조선 시대에는 감귤이 대궐에 들어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성균관과 동·서·남·중의 4개 학교의 유생을 대상으로 과거를 시행하고 감귤을 나눠줬다는 기록도 있다. 이것을 '감제' 또는 '황감제'라고 했다.

하지만 옛 제주 사람들에게 감귤은 '고난'이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더 많은 귤을 생산하기 위해 열매가 맺으면 관에서 열매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달고 하나라도 없어지면 엄한 형을 내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납품에 시달렸던 제주 사람들은 감귤을 재배하지 않으려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감귤나무를 잘라버렸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제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귤이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비타민C 외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1·12일 제주 감귤 200t이 북한으로 보내졌다. 제주도는 지난 1998년 대한적십자사 등과 감귤 100t을 북한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차례에 걸쳐 4만8328t 상당을 보냈다. 북한이 감사 표시로 2002년부터 4차례 제주 도민을 북으로 초청하기도 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인도적 교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감귤 보내기는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시행으로 전면 중단됐다. 

바야흐로 감귤 철이다. 제주의 역사와 함께한 감귤 수확이 한창이다. 그러나 일부 비양심 농가와 유통인들은 아직도 비상품 감귤을 몰래 내다 팔고 있다. 8년 만에 '선물'로 북한에 감귤이 보내지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만큼 올해는 이에 편승해 '돈'만 목적으로 하는 비양심이 근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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