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기 전 제주민속박물관장·제주민속연구소장

제주민속박물관은 지난 1964년 6월 22일 필자의 사설로 첫 개관을 했다. 50여년 동안 이 박물관은 눈물과 영예가 교차되며 운영돼 왔다. 

이제 필자는 더 높은 차원의 연구 개발을 위해 이 박물관을 제주대학교에 무상 기증하고, 지난 2014년 12월 30일자로 행정 당국에 폐관 신청서를 냈다. 

돌아보건대 단단한 각오를 하고 출발한 박물관 개관이였으나 결코 녹록치 않은 길이였다. 하지만 눈 오는 겨울 산간 벽촌에서 캐모은 유물을 몸소 등으로 지어 나르며 쏟아졌던 필자 눈물의 결과는 이미 진주가 돼 진열장에서 빛나고 있다. 여름밤 별빛에 의지하며 캐모은 촌로들의 구수한 노래와 이야기는 이미 학계의 보배로, 인류문화의 꽃으로 평가된 지 오래다. 

이렇듯 탐라 1000년의 역사와 전통 속에 배양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거기에는 인간애에 대한 깊은 고뇌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인생관도 갖을 수 있게 한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작은 민속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지구상에서 다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민속에서 우러나오는 그 영원한 슬기와 향기는 우리들 탐살이의 행복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오늘날 이 민속을 잃어버리기 전에 한 시 바삐 캐모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아니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주민속박물관 개관 50여 년에 캐모은 유무형 문화재가 2만여점이다. 이는 이미 제주민속총서 30여 책으로 햇볕을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도민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협조의 보람으로 꽃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제주민속박물관에서 필자가 연구 정리해 온 이 엄청난 과제들이 앞으로는 제주대학교에서 학생과 교수를 비롯한 여러 뜻 있는 이들 사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질 것을 생각하니 기쁨을 참을 수 없다. 그 동안 이 박물관의 연구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도내·외 사람들에게 사의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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