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섭 광복회제주특별자치도지부장

오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 79주년이 되는 해다. 또 제16회 제주지역 애국선열을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의 민족사는 나라의 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일제에 빼앗기고 망국노(亡國奴)의 삶을 강요받는 시절이 있었다. 우리말도 우리의 글도 자유로이 쓸 수 없었고, 조상대대로 내려왔던 성씨마저 일본식으로 고치기를 강요당했던 암흑의 시대였다. 

하지만 민족이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있을 때에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는 일제의 억압과 굴종을 떨치고 일어서, 나라와 민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생취의(捨生取義)의 자세로 신명(身命)을 다 바쳤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의 식민 지배가 극에 달했던 지난 1939년 11월 21일,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차 회의에서 공동 제안된 의안을 의결해 법제화한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의결과정에서 유명·무명의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공동기념일을 정하고, 지난 1910년 8월 29일 국망(國亡)을 전후로 순국하신 이들이 많은 만큼, 실질적으로 망국조약이 된 을사늑약(乙巳勒約)이 늑결됐던 지난 1905년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정할 것을 천명했다.

이후 순국선열의 날 행사는 광복 이전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거행해 오다가 지난 1946년부터는 민간단체에서, 1962년부터 1969년까지는 국가보훈처에서, 1970년부터 1996년까지는 정부행사인 현충일 추념식에 포함시켜 거행해 왔다.

그러다가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의 여망에 따라 지난 1997년 5월 9일 관계법령이 개정되면서 다시 정부기념일로 복원돼 그해 11월 17일부터 정식적으로 정부행사로 거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순국선열의 날'은 칠흑과도 같았던 일제의 폭압 속에서도 조국광복의 염원을 품고 항일 독립투쟁을 벌이다 분사(憤死)·전사(戰死)·옥사(獄死)·병사(病死)한 순국선열과 조국 광복 이후 명을 다한 애국지사 모두를 기리는 날이다.

님들의 항일독립운동은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세우는 근간이 됐으며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1919년 3·1독립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며 최고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들어 남과 북, 우리 민족은 분단과 대결을 넘어 선열들이 염원했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70년간의 끊겼던 남과 북을 다시 잇고, 민족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나눈 독립운동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과 북은 역사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로서 지난날 일제에 맞서 항일 독립투쟁을 함께 전개하며 패배의 아픔과 승리의 기쁨도 함께 나눠왔다. 

선열들의 가슴 속에는 통일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독립운동 정신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후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제79회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8000만 온 겨레가 시대의 어둠을 사르며 자주독립의 염원과 인류 정의, 평화 구현을 갈망했던 선열들의 숭고한 유훈을 이어받아 우리들은 나라 안보를 튼튼하게 실천하며 겨레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달성하고 인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자랑스럽고 숭고한 민족의 자산인 독립운동 정신을 한민족 공동 번영을 위해 힘써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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