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복지사각지대 놓인 시청각중복장애인

시각·청각 기능 동시 손상…인식 전무해 상처 더 커
도내 1000명 추정…지원책 마련·법적 제도화 시급

시각과 청각 기능의 동시 손상을 입은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이 복지사각 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법적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아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수조사와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집 안도 안전지대 아니"

최근 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에서 열린 제주도농아복지관 주최 복지공감 아카데미에서 시청각중복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가 촉수화로 대화하고 있다.

비장애인이었던 A씨(80대·남)는 노인성 난청으로 등록 청각 장애인이 됐다. 

소리를 들으려 보청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유는 2년전 한쪽 눈에 녹내장이 발병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수술을 포기했다. 시각 기능 저하로 내년부터 농사를 짓지 않을 계획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해져 답답한 상황이다.

B씨(50대·남)는 등록 청각장애인이며 혼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력이 점점 떨어져 빛을 보면 시야가 하얗게 변해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도보 이동이나 버스 이동 등 외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집에 도와줄 가족도 없어서 집 안에 있어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시각청각중복장애인은 1가지 이상의 장애를 얻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과 사회단절 등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적절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 누리도록 지원해야"

최근 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에서 열린 제주도농아복지관 주최 복지공감 아카데미에서 시청각중복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가 촉수화로 대화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도내 시청각중복장애인의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농아복지관(관장 문성은)에 따르면 도내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수는 2016년 기준 213명에서 올해 1000여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선천적으로 시청각중복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는 소수다. 청각장애인 중에 시각 기능을 지나치게 혹사해 후에 시각장애가 발생하거나, 고령화와 노인성 난청, 노인성 백내장 등으로 시청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등이 많아지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구분하면, 시각과 청각 모두 활용할  수 없는 '전맹전농인', 잔존청력의 활용은 가능하나 시력은 활용할 수 없는 '맹난청인', 잔존시력의 활용은 가능하나 청력은 활용할 수 없는 '저시력농인', 시력과 청력이 모두 잔존하는 '저시력난청인' 등이 있다.

이들은 시각과 청각 모두가 저하돼 '촉수화(촉각을 이용한 수화)'나 점자정보단말기 등이 없으면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다.

때문에 개별 맞춤형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부족한 상태다.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전무해 복지서비스 혜택에서 조차 소외되고 있다.

문성은 제주도농아복지관장은 "삶의 주체로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 개별적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과 법제화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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