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실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회장·문학평론가·수필가·논설위원

얼마 전 뉴욕에서 로스엔젤리스(LA)로 출발하는 아침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내식이 제공됐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손전화기 카메라를 이용해 간이식 포크 한쪽 끝으로 자신의 이를 이쑤시개질하고 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장면이다. 그렇지만 음식찌꺼기가 이 사이에 끼여 혓바닥에 거치적거리는 것을 제거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어릴 때 아버지가 식사하고는 가끔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빼내기 위해 쯧쯧대며 혀 차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랬던 그 소리를 본인이 내고 있으니 아버지의 세월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은 인연의 두레박 같은 것이라 싶다. 

집에서 식사할 때나 외출할 때 제일 신경 쓰이는 물건이 이쑤시개다. 평소 이쑤시개를 손전화기 덮개 안쪽은 물론이고 지갑에도 넣어 다닌다. 혹시나 싶어 자동차 안에 넣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도 식당에서 이쑤시개를 몇 개 더 얻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손에 찔려 놀라기도 하고 옷 밖으로 삐져나오기까지 한다.

불교 경전 비니모경(毘尼母經)에 의하면 수행 중 많은 남자 승려들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석가모니는 버드나무 작은 가지로 이를 닦으라고 가르쳤다. 심신을 정결히 하고 건강을 위해 입부터 먼저 깨끗이 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때부터 승려들은 몸에 지니는 필수기구 십팔물(十八物) 중 첫째가 이빨을 청소하는 양지일치목(楊枝一齒木)이었다고 한다.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기에 양지(楊枝), 일본도 '요지(楊枝·つまようじ)'로 부르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쑤시개'는 명사 '이(齒)'와 타동사 '쑤시다'의 어간 '쑤시-'에 명사로 만드는 접미사 '-개'를 붙여 '쑤시개'가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어다. 문법적 견해에 따라 '이쑤시개'를 합성어로 볼 수 있고 파생어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이쑤시개는 이를 청소하는 작은 도구라는 뜻인데 '쑤시다'를 입과 연결짓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쑤시는 것은 막힌 하수구 틈이나 구멍 같은 곳에 긴 꼬챙이로 뚫거나 후벼 파내는 의미라 그렇다. 

1983년 여름 독일에서다. 수려한 풍광이 있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이쑤시개를 요구했다. 종업원은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 사용하라며 웃으며 농담했다. 독일어(Der Zahnstocher)는 이(Zahn)에 부지깽이, 불갈고리를 의미하는 '이쑤시개(Stocher)'를 붙인 복합남성명사다. 그래서일까. 독일은 철제품이 우수하고, 그 당시 이빨에 사용되는 금(金) 사용량은 세계에서 독일이 제일 많다고 치과 전공자인 선배에게 들었다. 영어로 이쑤시개는 '투스픽(Toothpick)'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세상만사 말하는 모든 소리가 입을 통해 나가고, 음식의 공급 통로인 입에서 이가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어딜 감히 귀한 이에 불갈고리를 사용하고 꼬챙이나 막대기로 쑤신다니, 국어순화운동 차원에서 편안하고 예쁜 이름을 만들 수 없을까.

러시아 출신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는 섬세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표현하는 지휘자다. 그는 기교보다는 영감을 위해 가끔 비팅(Beating)이 아닌 이쑤시개같이 작은 지휘봉을 사용한다. 그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친구에게 보여줬다. 친구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단호히 이쑤시개라고 말한다. 점심내기를 했다. 이에 관한 자료에는 '이쑤시개같이 작은 지휘봉'을 사용한다고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함께 먹었다. 친구는 이쑤시개로 단무지 한 조각을 콕 찍어 아작아작 씹으며 "지휘자가 연주장에서 지휘봉을 빨리 찾지 못해 이쑤시개를 사용한 영상이야"라며 트집 잡는다. 그러면서 이쑤시개로 자신의 이를 청소하고 있다. "친구야. 오늘은 집에서 칫솔을 사용하지"라고 농담했다. 그 말에 화가 났는지, "내가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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