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 10년 난제…도민합의 관건

도, 12월 중 동의안 도의회 제출…기초의회 부활 등 목소리 다양
도입시기 등 구체적 로드냅 미비…소모적 논쟁만 초래 우려 제기

제주도가 행정시장직선제를 도입하고 행정권역을 현행 2개에서 4개로 재조정하는 내용으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데다 기초의회 부활 등 다양한 요구가 나오면서 도민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선 5기부터 논의 시작

행정체제개편은 도민사회의 10년 묵은 난제다. 제주지역 행정체제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였던 4개 시·군이 폐지되고 단일 광역체제로 개편됐다. 또 법인격이 없는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도입됐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도지사 권한 집중(제왕적 도지사)과 주민참여 약화, 행정의 민주성 저하 등으로 행정체제 개편 요구가 나왔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5기 우근민 지사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하면서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민선 5기 행정개편위원회는 시장직선·의회미구성안을 우근민 지사에 권고했고, 우 지사는 제주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2013년 6월 제주도의회에서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행정체제개편이 무산됐다. 

2014년 민선 6기 들어서도 행정체제개편 요구가 나오자 원희룡 지사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논의에 착수했다. 민선 6기 행개위는 2017년 6월 행정시장직선제·행정구역 4개 재조정을 권고안으로 도지사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2017년 8월 14일 지역 국회의원·제주도의회의장과의 면담 결과 헌법 개정과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 마련시까지 추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행정제체개편 논의 재개 요구가 잇따르자 원희룡 지사는 행개위 권고안을 전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의회 부활 등 요구도

제주도는 12월 중 열리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제출, 도의회 동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또 행정시를 4개 권역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조례 개정도 진행키로 했다. 특히 주민생활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2개 사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난관이 적잖다. 당장 특별자치도 관련 법률에 반영이 필요한 행정시장직선제의 경우 제주도의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의원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하는 등 도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총의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특별법 개정에 앞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정부(행정안전부) 협의 없이는 진행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제안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과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도 쉽지 않다. 행정권역을 4개로 재조정할 경우 경계 설정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제주시 동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역간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호하지만 행정시 4개 권역조정에는 부정적인 도민들이 많다. 

△추진의지 진정성 의심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4월 정부의 자치분권로드맵에 제주도민 스스로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자기결정권이 부여되면서 여건도 조성됐다. 그런데 주민투표와 행정시장직선제 도입 시기 등에 대한 제주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제366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희현·현길호 의원이 행정체제개편 로드맵에 대해 물었지만 원 지사는 "의회와 협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도의회에서 동의안이 부결된다면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2022년 지방선거 도입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제주도가 제주시 동지역 인구 집중화에 따른 불균형, 경계 설정, 시청사 설치 장소 등 도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정권역 4개 재조정을 행정시장직선제와 동시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칫 결론 없는 소모적 논쟁만 하다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 행정체제개편 추진 의지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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