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 차장

공무원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이다. 

최근 제주정가에서 선거 공신에 대한 '어공' 논쟁이 한창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직한 정무직 공무원 중 9명을 다시 채용하면서다.

지난 16일 제36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김희현 의원은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에서 "개방형 직위 공개채용이 선거공신들의 공직 입문 통로로 전락하고 있다. 선거 전에 그만뒀던 9명이 재임용됐다"며 "선거에 동원된 인원들이 다시 채용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선거로 그만두게 했다가 다시 채용하는 것은 정무직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정무직 성격의 보좌진은 필요하며 지난 선거에서 저의 당락이 불확실해 공보관과 서울본부 보좌진은 퇴진을 한 것으로 이들은 직업공무원이 아니고 소위 말하는 '어공'이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의 참모직 운영사례와 비교하면 저는 최소한의 사례이며 왜 저에 대해서만 박한 기준을 들이대느냐. 이들은 보좌진 성격의 정무직이며, 사적으로 운영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선거 공신 '어공'에 대한 답변은 '도백'의 자리가 무색할 정도로 민망하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한 어느 분마저 떠올리게 한다. 

원 지사는 전국 학력고사를 수석하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 사법시험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제16회 국회부터 제18대 국회까지 서울 양천구 갑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원희룡에게는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그게 보통 제주도민들의 믿음이었다.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 않고 도민행복을 위해 좋은 머리를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도민들은 원희룡 지사를 두 번의 도백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이번 답변을 통해 다른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고 스스로 도민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어공'이든 '늘공'이든 도지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민 행복을 위해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는 도민들의 민심(民心)마저 모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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