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성공 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실적을 보더라도 지난 10월 싱가폴의 테마섹이 이스라엘 사이버보안기술 분야 스타트업체 시그니아를 추정가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시그니아 공동 소유주들은 초기투자액의 무려 5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인텔이 자율주행 차량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체인 모빌아이를 무려 153억 달러에 인수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사실 이스라엘은 정치 관련 사건으로 지구촌을 뒤흔드는 경우가 많아 일반 인식에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주도하는 국가 이미지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에 이미 스타트업체 엘라드 시스템스를 이끌었던 다니 대얀의 회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뉴욕주재 이스라엘 총영사인 대얀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계는 그 당시부터 기술적 발견을 국경을 넘어 세계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구체화하는데 몰두했다. 그 주된 사례로 대얀은 엘라드 시스템스 바로 옆 공간에 둥지를 틀었던 동료 업체 미라빌리스가 국경과 시간 장벽을 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개념을 창안한 뒤 관련 소프트웨어 ICQ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꼽는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서비스업체 AOL이 ICQ를 무려 4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점이다. 대얀은 ICQ 성공 사례를 국경을 넘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성공은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을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에서 자각했던 계기의 하나로 본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초기 성공 사례는 2000년대 들어서도 그 맥락이 이어진다. 현재 구글의 지도 사업부문의 핵을 이루는 GPS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웨이즈도 이스라엘의 소규모 스타트업체가 창업 뒤 10년도 되지 않아 세계를 바꾸는 기술 솔루션으로 발전시킨 케이스다. 2013년 구글의 웨이즈 인수가는 무려 10억 달러를 상회했다.

위에서 본 사례처럼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의 성공을 평하는 전문가들은 기술적 발견을 통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을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의 핵심 멘탈러티로 꼽는다. 이스라엘이 이른바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 도약하는데 업계의 이러한 성향이 큰 추동력이 됐다는 점은 이스라엘 금융가 애브너 멘델슨도 다시 강조하는 바다. 현재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의 돈줄 역할을 하는 레우미 은행 미국본부의 최고경영자인 멘델슨은 스타트업 국가 이스라엘의 근원을 다소 뜻 밖에도 '방울 물주기(Drip Irrigation)' 기술 개발 사례에서 찾는다. 강수량이 현저히 부족한 사막 농사에 필요한 효율적 관개시스템인 방울 물주기 기술은 신생국 이스라엘의 식량 자조 성취를 위한 사활적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본래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엔지니어 심차 블라스가 1930년대에 개발에 성공한 시스템이다. 후일 이스라엘을 넘어 세상을 바꾸게 될 이 기술의 시원은 과연 이스라엘답다는 평이 나올 만하다. 수원이 없는 사막에서 풍성하게 자라는 나무에 호기심을 품은 블라스는 급기야 그 나무의 밑동을 파고 들었고, 거기에는 망가진 급수 파이프를 통해 소량의 물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블라스는 1965년 네타핌을 창업, 현재 미국,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서 방울 물주기 기술을 관개시스템의 핵심적 기술로 키웠다. 지난 25년 동안 16배 이상에 달하는 이스라엘의 농업생산성 증대에 핵심적 역할을 했고, 이제는 세계로 지평을 넓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작물을 재배하자는 기술 혁신의 시원에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체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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