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이어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찬·반 갈등은 설촌 이후 수백년간 평화롭게 지내던 강정마을 공동체를 붕괴시켰다. 정부가 2007년 6월 8일 해군기지 후보지로 강정마을을 확정 발표하자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은 서로를 적대시하며 지금까지도 반목·대립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반목과 대립은 친척간의 왕래를 끊는 것도 모자라 형제자매가 명절을 같이 지내지 않을 만큼 강정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강정주민의 상처는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 경향성까지 보이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3~6월 만 20세 이상 강정주민 설문 대상 1978명중 응답자 713명을 조사한 결과 30%가 해군기지 갈등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12.8%는 우울증을 각각 호소했다. 또 조사대상자의 22.9%(169명)는 자살 경향성이 있다고 응답한 가운데 10.7%(76명)는 중간 정도, 3.1%(22명)는 높은 자살 경향성을 보였다.    

이와함께 해군기지 건설후 사람을 만날때마다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응답률이 49.9%에 달했고, 25.2%는 가족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 지역주민과의 갈등이나 지역사회 불이익 경험률도 36.8%로 나타나는 등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주민간 갈등 심화로 마을공동체가 붕괴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은 신체·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마을공동체 회복 프로그램(23.7%)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조사를 맡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군에서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다며 의료지원 및 심리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 갈등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의무를 제주도에만 돌릴게 아니라 주민들이 정신·신체적 상처를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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