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해녀문화 정책토론회 현직해녀·인류학자 등 다양한 의견 제시 관심 이르면 내년말 세계농업유산 등재 기대…신구해녀 조화, 명품화 등 과제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강창일·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과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 주관으로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2주년 기념 정책토론회가 23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김대생 기자

제주해녀문화의 가치와 콘텐츠 가능성은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등재 등으로 이미 입증했다. 하지만 활용 속도가 지지부진한데다 산발적인 진행으로 체감도가 떨어지면서 일부에서 '오버타이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23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2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주해녀·해녀문화'로 과연 무엇을 얻고 활용할 수 있을지, 발전적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에 머리와 가슴을 모았다. 

이경희 연구원 "유산 등재 후 변화 나타나…'갯마을' 악극 공연 시작"
강애심 해녀협회장 "콘텐츠 활용 등 체감 낮아, '명품화'노력 필요해"
고미 해녀기획팀장 "네트워크 등 시너지 필요, 유네스코 학교 활용"
서덕훈 사무관 "'제주 전체' 대상 추진 지역차원 관심·지지 등 중요"
조옥라 명예교수 "어업유산 문화적 접근·생활화 통한 전승 고민해야"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이후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해녀의 기준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부산 기장군과 경남 통영군 등에서 해녀를 테마로 한 사업에 불을 당겼다. 최근 들어서는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보상과 관련해 '가짜 해녀' 논란이 불거졌는가 하면 충남 태안군이 안면도 해녀마을 조성 계획을 내놨다.

심지어 출향해녀 지원이 가능한지, 그렇다면 현지 해녀와 형평성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유사하거나 때로는 내용이나 설정이 불분명한 해녀 홍보 행사에 대한 지원 근거를 어떻게 해야할지 까지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자들의 제언은 시작점은 달랐지만 같은 방향을 향했다. 제주를 중심으로 한 해녀문화와 공동체를 제대로 유지하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가치를 키우는 최우선 과제라는 주문이다.

이경희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은 "울산 지역에도 해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해 전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황을 살핀 적이 있다"며 "상당수가 제주에서 온 출향 해녀였지만 생활공간에 바다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질을 하는 지역해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울산 출신 오영수 소설가의 '갯마을'이 국어 교과서에 실리며 울산 해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며 "유산 등재 후 변화를 보면 올해 이 갯마을을 악극으로 만들어 공연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해녀를 대표해 참가한 강애심 ㈔제주해녀협회장은 "해녀공동체 유지를 위해 신규 해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정착·적응할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며 "신·구해녀의 조화와 더불어 여성어업인으로 '해녀'를 인정하는 기준을 보다 완화한다면 해녀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제주해녀문화를 키운다고 하지만 해녀 입장에서 체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어도 제주해녀를 '명품'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미 제민일보 해녀기획 팀장은 "강릉시가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화로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의 세계무형유산축전을 세계에서 처음 개최하고 국제무형문화중심도시 사무국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며 "제주 역시 아리랑이나 탈춤 등 전승자나 단체 등 구심점이 없는 종목과 연대하거나 해녀가 있는 지자체와 손을 잡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전승 교육을 해녀에 한정하기보다 제주 지역 학생들이 저절로 해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며 "유네스코 학교 네트워크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덕훈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 사무관은 제주해녀어업의 세계식량기구 세계농업유산 등재 경과를 설명했다. 서 사무관은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연내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큰 사유가 없다면 내년 연말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제주해녀어업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는 다른 어업유산의 가치를 세계무대에 알리는 시작 역할"이라며 "'제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업이 아닌 어촌, 산업이 아닌 문화로 살피는 계기를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좌장으로 토론을 이끈 조옥라 서강대 명예교수는 "21세기 오염된 지구 환경을 개선하려는 UN 등 인류 사회가 지향하는 것들의 답이 제주해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녀문화의 지속가능한 전승·보존을 위한 이날 논의는 어업유산을 산업 위주로 접근하면서 도출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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