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옥주 블루클럽서귀포점 대표

서울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서 벌어진 남녀 간의 시비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서로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언론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혐남성과 남혐여성으로 편이 갈려 설전이 뜨겁다. 사건의 본질은 폭력적 성향을 억누르지 못한 사람들 간의 단순한 충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양성간의 대립으로 몰고 가는 사회 분위기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PC방 살인사건, 만취한 20대의 묻지마 폭행,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폭행 등 방송과 신문은 온통 무절제한 폭력으로 도배가 된 듯하다. 

민노총을 비롯한 사회단체들 역시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국회에서도 언어적,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이웃이 아니라 기필코 이겨내야 할 경쟁자로 여기는데 있지 않을까 한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한 사람들의 모습은 무한 경쟁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하지만 혼자 남은 승리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한 가지 이유는 범죄자에 대해 조현병이니 분노조절장애니 하면서 너무나 너그럽게 인권적 배려를 해주는 사법체계일 것이다. 격투기 세계 챔피언 앞에서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비열한 범죄일 뿐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별 일 없이 풀려나는 이들은 대부분 좋은 변호사를 쓸 수 있는 부유층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명확하고 공정한 법집행이 있다면 조현병이나 분노조절장애는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은 오늘만 사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멋진 말인 것 같기는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실제로 오늘만 살려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폭력을 권하는 사회에서 나 하나만이라도 긴 호흡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야 하지 않을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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