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운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원장

11월은 수확의 계절이다. 도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노랗게 익은 황금빛 감귤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 해 땀 흘린 대가를 거둬 들이는 이 시기에는 그 결과물인 감귤 가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해서 '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로 여겼다. 

제주에서 감귤의 의미는 1차 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감귤농사를 지을 정도로 제주경제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청정제주를 대표하는 생명산업이다.

한때 감귤나무는 10여 그루만 있어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 대학나무라고 불리기도 했고 생산만 하면 잘 팔리던 시절도 있어 감귤증산을 장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농산물 수입 개방화로 수입과일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은 도내 제1소득원인 감귤 재배농가들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 줬다.

제주도에서는 제주감귤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과원 품종갱신, 고당도 선별 시스템 구축, 타이벡재배 및 성목이식 등 고품질감귤 생산 지원 확대로 양적인 생산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맛 중심의 질적인 생산구조로 혁신해 오고 있다.

농업기술원에서도 품종개발, 교육, 기술지도는 물론 고당도 감귤 생산기술을 정립해 2016년부터 성목이식사업을 행정지원사업으로 확대 보급해 오고 있다. 3년 간에 걸쳐 농업기술원, 농가, 농협이 공동 협력으로 당도 12브릭스 90% 생산 명품감귤 브랜드 육성사업이 올해 첫 결실을 맺고 소비자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2017년산 53작목에 대해 10a당 농산물 소득 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지감귤의 총수입은 422만원, 경영비는 118만8000원으로 소득률이 71.9%를 차지하면서 전체 과수 중에 가장 높았다. 또 작목별 10a당 소득도 303만원으로 포도와 사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감귤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염류, 식이섬유,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 등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에 도움은 물론 항산화, 기억력 향상, 피부 주름 개선 효과에 탁월하고 먹고 남은 껍질을 이용해 뜨거운 팩이나 입욕제로 만들어 몸을 따뜻하게 하면 냉증, 신경통, 류머티즘 개선과 피부 미용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열리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제23회 농업인의 날 제주도 기념대회가 열렸다. 

이날 깜짝 희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답례품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이버섯을 보냈는데 답례품으로 제주감귤 200t을 8년 만에 보내게 된 것이다. 앞으로 지난 2010년 5·24 대북조치 이후 중단됐던 제주감귤 보내기 사업이 재개되고 남·북 평화와 농업교류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12월 1일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당도 12브릭스 이상 산도 1% 이하 고품질 감귤의 의미를 담아 '감귤데이'로 지정한 날로 '겨울이 열릴 즈음 제주감귤과 함께하는 힐링 나들이'를 주제로 서울 명동에서 2018 감귤데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겨울철 국민과일 소비촉진을 위해 감귤 나눠주기, 감귤의 기능성 홍보,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데 많은 이들이 와 함께 했으면 한다.

2016년산, 2017년산에 이어 2018년산 노지감귤 출하가격이 호조세가 유지되고 있다. 감귤 조수입 1조원 시대를 기대하면서 품질 좋은 감귤을 선별 수확·출하해 좋은 가격을 받은 제주감귤 농업인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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