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노인의 힘겨운 겨울나기

제주시 한림읍에 거주하는 양모 할아버지는 열악한 주거시설인 컨테이너에 사는 탓에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 김대생 기자

일자리사업 하루 3시간·노인연금으로 생계유지
제주시 지역 취약가구 22곳…따뜻한 관심 필요

제주시 한림읍에 거주하는 양모 할아버지(90)는 겨울철만 되면 걱정이 생긴다. 열악한 주거시설로 추운 겨울철을 견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 할아버지가 사는 컨테이너 안은 냉기가 돌았다. 그 흔한 기름보일러도 갖추지 못해 바닥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고령인 양씨는 두꺼운 이불 1장과 오래된 전기장판으로 추운 겨울을 겨우 버티고 있다.

양 할아버지는 "바람이 불면 컨테이너 틈새 사이로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어 너무 춥다"며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며 고개를 떨궜다.

양 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육지로 상경해 7년 정도 생활하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60년 동안 남의 밭을 일구며 겨우 집 한 채를 장만했다. 하지만 4년 전 집안 문제로 집마저 남에게 넘어가 버려 컨테이너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양 할아버지는 현재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하루 3시간정도 쓰레기를 치우며 한달에 27만원을 받고 있다. 이밖에 매월 노인연금 25만원도 받고 있지만 각종 공과금과 병원비를 제외하면 한 달 생활비는 4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양 할아버지는 "생활비가 늘 부족해 전기장판도 약하게 틀어놓고 잔다"며 "쌀이나 난방용품 등을 자주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 지역 주거 취약가구는 컨테이너 18가구, 창고 3가구, 비닐하우스 1가구 등 총 22가구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동지역 11가구, 조천읍 4가구, 구좌읍 3가구, 애월읍 2가구, 한림읍 1가구, 한경면 1가구 등이다.

제주시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재난·재해 등에 대비해 주거 취약 1가구에 대해 인적 안전망 3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폭설·폭염 등에는 정기적으로 냉·난방 용품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보호시설 입소를 권유해보지만 대부분 거부 의사를 밝혀 어쩔 수 없다"며 "주거 취약 가구를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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