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중앙여고 지리교사⦁논설위원

해마다 6월이면 호국보훈의 달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열린다. 일선 학교에서는 참전용사를 초청해 안보강연회를 열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충일과 한국전쟁(6·25) 계기 교육 그리고 충혼묘지 참배활동과 제주도내 한국전쟁 유적들을 탐방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교육하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 한국전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제주육군제1훈련소(1951~1956)로 이곳은 대한민국 최남단 안보관광지에 해당한다. 

현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사회교육실에서는 한국전쟁 68주년을 기념하는 '대한민국을 구한 제주인'자료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인천상륙작전, 서울탈환전투, 도솔산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제주출신 용사들의 활약상과 제주육군제1훈련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본래 육군제1훈련소는 지난 1950년 7월 대구에서 창설됐다가 1951년 1·4 후퇴 때 모슬포로 이전됐다. 이곳은'강병을 육성하는 터전'이라는 의미에서 '강병대(强兵臺)' 또는 '모슬포 훈련소'라고도 불렸다. 훈련소는 모슬봉(181m)과 해안을 연결하는 알뜨르 평야에 위치했다. 이곳은 첫째, 모슬봉이 겨울철 북서풍을 막아주고, 둘째, 남향이어서 겨울철에도 따뜻했으며, 셋째, 군사훈련에 최적인 알뜨르 평야(용암대지 위에 화산재가 2차적으로 퇴적되어 형성)가 발달했고, 넷째, 인근에 상가와 시장을 구비한 마을을 거느린 장소였다. 

이 훈련소는 지난 1956년 1월 해체될 때까지 50만여명의 신병들을 훈련시킨 공간으로 아시아 최대, 한국 최초의 근·현대 군사문화유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2017). 

그럼에도 훈련소의 실체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지역사회에서 훈련소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훈련소를 알리는 자료들이 부족한 결과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강병대(육군제1훈련소)-그리고 모슬포'(2006)와 경남 함양군 출신 훈련소 사병들에 대한 구술조사 보고서(2017)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제주육군제1훈련소 정문(1951), 강병대교회(1952), 제주육군제1훈련소 지휘소, 제주육군제1훈련소 98병동(제주대정여고 실습실)이 훈련소 실체 파악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제주육군제1훈련소 터에 남아있던 시설들이 도시화와 농경지화로 인해 급속하게 멸실되고 있어 군사시설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국방부와 관계부처에서 훈련소 내 사병용 막사 위치와 시설물 배치상태, 훈련소 지휘소, 98병동 등 훈련소 전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훈련소 전체는 한국전쟁의 역사를 알려주는 '지붕 없는 군사박물관'이다.  

훈련소를 거쳐 간 참전 군인들이 고령화되거나 부상후유증으로 고통을 당하다가 일생을 마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참전 군인들의 복지향상과 업적을 기릴 수 있는 참전 기념관 건립을 제안한다. 후일에 제주육군제1훈련소터를 활용해 참전 기념관을 세울 경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과 치유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전기념관은 제주출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전투담 콘텐츠로 채워질 것이다. 특히 지난 1951년 8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고태문 대위,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 전투에서 활약한 강승우 중위, 북한군이 점령했던 도솔산 탈환작전에 참전해 신명을 바친 김문성 중위의 전투담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해병대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전후세대들에게 조국애와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제주육군제1훈련소와 참전기념관은 최남단 안보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것이며 안보교육과 평화교육의 산실이 될 것이다. 국방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함께 제주육군제1훈련소의 원형복원과 동시에 참전기념관 건립에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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