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아이의 백일잔치가 기억난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 붙들고 사진 찍는다고 요란이었다. 우연히 이른 나이에 할아버지가 됐다. 손주의 백일잔치. 바뀐 건 아이일 뿐. 진땀나는 것은 여전했다.
서귀포시는 또 하나의 백일잔치를 했다. 바로 양윤경 서귀포시장의 취임 100일이다. 바뀐 건 역시나 아이일 뿐, 서귀포시장은 다 큰 어른이다. 잔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노동조합 일을 10여년간 하며 많은 '행정시장'을 만났다. 

공무원노동조합이 합법화가 된 올해 3월 이전 행정시장의 면모를 보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나쁠 때도 있었다. 앞서 아이의 100일 잔치와 비교하면 10여년간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랄까. 시민도, 공직자도 웃고 울며 그렇게 동행했다.

취임 후 양윤경 서귀포시장의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우리 노동조합과의 정식 대화도 바로 얼마 전에야 가졌다. 소통행정을 추구하는 시장의 방침에 바빴던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이 된다. 

이에 취임 100일을 맞은 양윤경 서귀포시장에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바란다.

어느 누구도 태어난 지 100일을 맞은 아이에게 바라는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100일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다. 서귀포시는 시민의 것이다. 그런 시민에게 봉사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공직자다. 시민의 얘기를 그만큼 들었으면 공직자의 보고를 그만큼 받았으면 됐다. 이제 시장의 철학을 펼쳐야 한다.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선봉대는 우리 조합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기꺼이 맡을 것이다.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민들의 민원(民願)과 민원(民怨)을 들었을 것이다. 이제 시장의 답변, 메아리를 듣고 싶다. 함성을 외치면 더 크게 오는 메아리로 말이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의 취임 100일. 축하는 진정한 메아리를 들으면 그때, 기립박수로 축하를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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