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

면세산업은 품격 있는 면세쇼핑서비스를 제공해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산업으로 국가의 브랜드 위상도 견인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수출 분야에서도 효자노릇을 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공적기능이 매우 큰 산업분야다. 우리나라 면세산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중국 방한단체관광이 금지되면서 시내면세점 분야는 과거와 비교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에는 중국관광객이 '큰 손'으로 대접을 받았으나, 이제는 속칭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대량구매고객인 '따이공'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현 면세시장은 이들 따이공 유치를 위한 면세업계 간 과열경쟁으로 매우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내면세점들은 따이공 모객을 위해 다양한 판촉을 시행해왔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할인에서부터 선불카드 증정 등 프로모션, 페이백(Pay Back), 송객수수료, 인센티브 등 명목도 가지가지다. 다른 면세점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판촉행사는 업계 내부적으로도 '과도하다'란 지적이 있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면세점에서 부담하는 제반 판촉비용과 상품 마진을 제외하면 면세점에 남는 이익은 거의 없거나 미미할 정도다.

서울은 신규 면세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시장점유율(MS) 우위 확보를 위한 판촉전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소중견기업면세점은 영업 손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따이공 유치를 위한 면세업계의 경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현 시장질서가 국가경제에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면세사업자 간 영업 자율성은 인정돼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국부유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면세점마다 따이공 모객을 위해 과도한 판촉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모객구조로 인해 국부가 따이공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국의 방한관광이 회복돼도 중국 내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 따이공의 구매수요는 지속될 것이란 것이 중론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우려는 오늘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증가해야 브랜드가 유지되고, 유명 브랜드 입점을 위해서도 매출이 받쳐줘야 하는 등 '규모의 사업'이란 특수성으로 원치 않는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고품격 면세혜택을 제공해 '관광한국'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국가경제진흥에 기여하는 큰 산업으로서 위상을 지켜나가려면 면세업계 모두가 지금의 시장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생존을 위해 출혈도 감내해야 하는 우리의 면세산업은 깊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당장 눈앞의 매출과 시장점유율 우위 선점이 개별 면세점 측에서는 '축배'일 수 있으나 현 시장질서가 유지된다면 면세산업 전체에 '독'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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