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재단·평화연구소 평화기념관서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전
조성윤 평화연구소장 2일 설명회·해설…학생·일반 관람객 관심 집중

제주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 그림'에 방문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학살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두 지역이 예술로 거리를 좁히면서 평화를 향한 연대도 한층 강해졌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소장 조성윤)가 지난달 22일부터오는 10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고 있는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이다.

4·3 7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특히 2일 조성윤 평화연구소장이 직접 관람객들을 위해 설명회와 전시장 해설에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시 설명회는 학생과 일반인으로 나눠 세미나실과 전시장 앞에서 오키나와전의 역사를 들려준 뒤, 관람객과 함께 전시작품을 감상하며 작품내용과 배경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성윤 소장은 관람객들에게 "제주4·3으로 3만명 가량이 희생됐는데 오키나와에서도 그에 앞서 1945년부터 3개월간의 전투로 당시 주민 60만명중 15만명이나 희생됐다"며 "제주 사람 대부분이 4·3으로 모진 고통을 당한 것처럼 전후 미군정에 놓였던 오키나와 주민들도 비극의 역사를 30년간 숨죽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과 일본군 모두에게 학살을 당했기 때문에 군정기는 물론 1971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후에도 '일본군이 장렬하게 싸우다 죽은 전쟁'이라는 그릇된 틀을 강요받았다"며 "오키나와 창가학회 청년부가 반전평화운동으로 1970년대부터 인터뷰에 나섰고, 트라우마를 들추는 어려움 속에서도 증언 그림 700점까지 확보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에는 오키나와전 유족 등이 인상적인 기억을 직접 그린 700점 중 132점이 평화기념관에 전시됐다. 일본을 벗어난 해외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 공습으로 인한 피난행렬과 참극, 주민들을 방패로 내세우고 집단자결을 강요한 일본군의 만행이 생생히 재현됐다.

예래청소년문화의집 유적지 탐방 기획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오경희 활동팀장은 "오키나와전 현장에 있는 것 같아 소름 돋았고, 동굴피난과 학살의 역사가 제주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학생들이 글이 아닌 그림으로 더 빨리 역사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김수오·진가은 학생(예래초 5)은 "총살당한 것만 알고 있었는데 몰랐던 내용을 알게 돼 새로웠다"며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전쟁이 제주와 세계 어디에서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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