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와 함께 흥행가로를 달리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중문화 부흥기라 불리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국가부도의 날'은 1990년 중반부터 암흑기 상황을 그리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졌다. 대기업들은 부채를 빌리며 오리발식 경영을 통해 외형 부풀리기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대기업과 원도급 업체들은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어음을 주면서 빚으로 투자하고, 빚으로 자금구멍을 막으며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경제성장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외환을 차관하면서 우리경제의 암흑기이지 국가부도사태 직전까지 가게 됐다. 12월 3일이 1997년 IMF로부터 기금을 지원받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지 21년이 되는 해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분해된 것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1997년부터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줄줄이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해 실업자가 급증했다. 대부분의 기업도 가혹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무더기 해고를 당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구조조정, 대량해고, 실업률, 비정규직 등 IMF가 만들어낸 깊은 후유증은 오늘날에도 남아있다.

역사에서 보면 항상 위기는 흥했을 때 찾아온다. 부흥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에 위기관리를 등한시하고, 무리수를 쓰더라도 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된다. 결국 여기저기서 위험신호를 알리지만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오판에 빠져 결국 망하거나 쇠퇴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제주도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최상위를 달렸다. 하지만 최근 도내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국에 비해 월등히 높고, 건설업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부진하면서 여기저기서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몇 년간 감귤산업이 가격호조세에 힘입어 제주경제의 버티목 역할을 했지만 언젠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부도사태까지는 아니겠지만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위기관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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