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편집상무

지난 1993년 하루 처리용량 6만t에서 1999년 7만t의 처리시설을 증설, 현재 하루 13만t 처리용량을 갖춘 제주(도두)하수처리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큰 비가 내릴 경우 유입량이 최고 16만2000t에 이르는 등 처리용량 초과로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어떤 해에는 연중 197일 가량 폐수가 방류됐는가 하면 도두어장에 하수침전물인 슬러지가 잔뜩 쏟아져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도두하수처리장의 롤 모델

도내 8개 하수처리장의 1일 총 처리용량 23만1500t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도두하수처리장이 처리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온 도민이 불편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10월 제주(도두)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동안 국비 954억원, 지방비 2933억원 등 총사업비 3887억원을 들여 처리용량을 하루 22만t으로 지금보다 9만t 늘린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건설사업관리와 환경영향평가 용역 등을 위해 우선 67억원을 반영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토목·건축·전기·계측제어·조경 등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할 방침이다.

특히 제주도가 하수처리시설을 전부 지하에 설치, 악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국내 최초로 가동중인 시설을 중단하지 않고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한 경기도 안양시 박달하수처리장의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박달하수처리장은 1992년에 15만t, 1994년에 15만t 등 총 30만t의 하수처리시설이 건설돼 안양·군포·의왕 등 안양권 3개 시에서 배출되는 하루 약 25만t의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광역하수처리시설이다. 

한적한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지역의 시골 농촌이었다가 2004년 고속철도 광명역이 들어서면서 급격한 인구 유입 등으로 하수 유입량까지 폭증, 극심한 악취로 '광명역세권개발'마저 차질이 우려되자 안양시, 광명시, LH공사가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3개 기관이 총사업비 3297억원을 투입, 2013년 4월 착공한지 딱 5년만인 올해 3월 박달하수처리장 지하화공사를 완공하자 악취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가동중인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전면 지하화한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국내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3~4단계의 처리공정을 거쳐 깨끗한 공기로 재생산,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악취 민원을 완전히 해소한 박달하수처리장은 하수처리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활용, 20억원에 해당하는 연간 1만2000Mwh의 전력도 생산하게 된다. 

게다가 초대형 원형 대형 수조 등 흉물이 가득했던 하수처리장 지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뤘다. 총면적 18만㎡에 조성된 안양새물공원에는 축구장 1면, 테니스장 8면, 풋살장 2면, 족구장 2면, 농구장 1면 등 각종 체육시설과 함께 잔디광장, 자전거 스테이션 등 열린공간이 들어서 시민들의 이용시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도두동 주민들을 포함, 이미 국내외에서 70여회에 걸쳐 1200여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박달하수처리장의 사례에 제주도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통큰 투자 가져오면 금상첨화

차제에 최신 공법을 통해 제주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축산분뇨와 음식폐기물, 도축폐기물 등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7년간 고작(?) 1000억원도 안되는 국비를 받아오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다소 사업비가 늘더라도 제주의 백년대계를 위해 통큰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정부와 제주도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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