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북한의 도발 등으로 위축됐던 국내 외국인 관광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관광공사는 금년 1~10월 방한 외국관광객은 1267만2370명으로 지난해 동기 1110만8473명보다 14.1%가 증가했다고 한다. 사드 보복으로 급감했던 중국 국적 관광객들이 396만9877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43만1345명이 증가했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은 239만 명과 대만은 94만 명으로 각각 25.5%와 21.5%가 늘었다. 한편 한류의 영향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관광객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 평했다. 국적별 비중은 여전히 중국이 31.3%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일본과 대만, 미국, 홍콩, 태국과 베트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의 관광시장이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지러운 곳에는 살지 않고,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亂邦不居,危邦不入)"는 공자의 말을 우리는 직접 체험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면 정치·경제·사회와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풍경 보다 문화적 매력과 인정이 부각되는 요즘, 소프트파워를 신장하는 일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문화관광은 중요한 국가·지방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양자나 다자간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문화관광은 마치 공식처럼 따라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관광이 민관의 교류, 통상과 외교 담판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대놓고 자국민의 해외여행 행선지를 조절하며 외교와 통상의 지렛대로 삼기도 한다. 

성장세로 돌아선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 관광을 대표하는 제주도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0개월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9만9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만 737명에 비해 무려 10.8%나 감소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은 21.2%, 홍콩 13.4% 그리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19.6%와 6.4%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희망론을 얘기하기도 하고, 직항 노선의 한계로 접근성이 취약해 회복세가 더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제주관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관광객이 감소세로 전환되었다는 점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제주관광 통계가 잡힌 2001년 이후 처음이고 지난 5월 이후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어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관광 위기론은 제주관광진흥기금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337억38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던 기금이 2017년부터 감소세로 들어섰다. 물론 '사드보복'에 따른 여파가 크다. 도내 관광업체의 기금 수요는 늘고 관광진흥기금과 관련한 제주도의 정책 전환, 영업의 악화 등으로 인해 수입은 줄고 지출은 크게 늘면서 생긴 문제다. 

경기 순환처럼 관광산업에도 기복이 있어 느긋하게 기다리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대개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사람들은 '예방된 사고'를 과소평가하는 심리가 있다. 때론 사고를 방치했어도 수습만 잘하면 칭찬을 받기도 한다. 예방과 방어 노력에 무관심하면서 사고가 났다 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사후 평가가 넘쳐난다. 실제론 예상한 적 없지만 결과를 알고 나서 진작에 예견했다고 믿어버리는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다. 지난 악재와 위기 속에서 제주는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실했고 기금과 대행사업의 비중이 과도한 문제점 등이 드러났다. 경험은 최고의 자산이다. 제주가 과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갖추면 미래가 보일 것이다. 그게 바로 비전(Vis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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