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점포(사진=연합뉴스).

도내 자영업 불황 장기화·물가상승·금리인상 삼중고에 '아우성'
신규 중심 경영안정자금 신청 부쩍…이자 부담 폐업 희망 속출

지난해 동네 장사가 좀 된다는 치킨 매장을 인수한 강모씨(36·제주시 이도1동)는 요즘 폐업 준비를 하고 있다. 부부가 가게를 꾸리며 영업비용을 최소로 줄였지만 사업·주택구입 자금으로 빌린 2억원대 대출이 갈수록 부담이 됐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매월 6만원 가까이 늘게 되자 아내 입에서 '투잡'얘기가 나왔다.

정씨는 "임대료며 운영비용을 맞추기도 빠듯한 상황인데다 더 이상 빚을 늘리기도 힘들다"며 "올해는 주문이 없어 일찍 문을 닫는 날도 많았다"고 시선을 피했다.

폭염 변수에 내국인관광시장 정체 등으로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 한국은행 금리 인상 여파가 겹치며 제주지역 경제에 이른 한파가 예고됐다.  금융권 대출로 연명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한계 상황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올 들어 11월말까지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을 통한 중소기업·자영업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심사 실적은 1만1851건(5785억원)으로 지난해 1만1621건(6054억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1만2560건·6135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지원을 받은 경우는 9519건·2351억원이다.

2016년 7663건 1906억원이던 경영안정자금 보증 실적은 지난해 8175건·2088억원으로 늘었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전년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증액·연장보다는 신규 신청이 상대적으로 많아 힘든 자금 사정을 반영했다.

실제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집계한 제주 소상공업계의 올 상반기 매출감소율은 4.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광주(5.4%)·서울(5.2%)·경기(5.1%) 다음으로 높았다.

외식물가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제주 지역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줄었다.

한국은행제주본부의 제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CSI) 조사에 따르면 11월 기준 도내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전망CSI는 111로 9월 표본 개편 후 두 달 연속 0.2%포인트씩 떨어졌다. 향후 경기전망CSI는 올들어 가장 낮은 78을 기록했다.

여기에 기준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보태지며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 폐업률 모형화 모델을 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는 7∼10.6% 상승했고,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제주지역 가동사업자 대비 폐업률 10.2%, 신규사업자 대비 폐업률은 56.3%다.

제주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상담 중에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며 "임대료, 인건비 등 영업비용 부담이 합쳐져 상당수가 폐업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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