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요즈음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관한 언론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증가하는 추세인 듯하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갈등은 본래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학교구성원들이 '교육'을 공동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의 과정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다르고, 이로 인해 교육 또는 학교의 운영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갈등이 학교교육과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잘 해결하거나 관리해야 한다. 

학교장들은 학교구성원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수용'하거나 아니면 '다수결'의 방식으로 학교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갈등의 해결과 관리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 간에 일어나는 이념적 갈등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도 적지 않다.

학교장은 갈등을 해결하거나 관리하려면 무엇보다도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당사자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들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 의견을 제시하고 주장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게 바로 열린 의사소통이다. 학교장은 학교구성원들이 대화를 통해 독선을 버리고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고 이치와 필요에 따라 서로 절충하고 타협하며 양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최소필수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최소필수를 긍정하고 들어갈 때 열린 소통이 가능하며 학교갈등은 생기지 않거나 줄어들 수 있다.

또한 학교장은 학교구성원 간에 의견과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게 하고,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정보의 흐름이나 의견의 제시가 제한되는 닫힌 의사소통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열린 의사소통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의사소통의 통로가 명백하게 알려지고, 학교구성원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년 초에 어떤 통로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지 학교구성원들에게 공지돼야 하고, 학교구성원들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운영과정에서 특정의 사람만이 의사소통 통로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학교장, 교감이나 교사들, 학부모들은 열린 마음으로 각 구성원들이 제안하는 교육적 아이디어와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두 쌍방향의 열린 의사소통자가 되는 것이다. 열린 의사소통자가 된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진정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상대방의 의견이 아무리 엉뚱한 것이라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 주의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한편으로 학교현장에 갈등을 증대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이전보다 강해진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 주장이 때로 학교현장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학교에서의 닫힌 의사소통을 열린 의사소통으로 분명 바꾸어 놓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등 여러 형태의 의사결정 또는 심의, 수렴기구들이 생겨나고 '지시하달 모임'이라고 했던 교무회의가 수평적·쌍방향적 의사소통의 장(場)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을 줄 아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이며 열린 의사소통을 하는 지도자가 성공하듯이, 앞으로 학교장들은 갈등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학교구성원들과 열린 소통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장은 학교구성원들의 교육활동과 학교 운영에 대한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교육성과의 고양(高揚)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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