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개동부녀회 20여년간 김치 봉사
올해 60여가구에 350여포기 전달

새벽에 온 비가 땅을 적셔 더 춥게 느껴진 6일 오전 8시. 제주시 회천동 동회천복지회관에서 앞치마를 매고 위생모를 쓰는 손길이 분주하다. 

봉개동새마을부녀회(회장 조영옥) 회원들은 매년 단 하루 각자의 직장 대신 모두 이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역내 홀몸 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등 60여가구에 전달할 350여포기의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다. 봉개동새마을부녀회가 전통처럼 내려온 김치 나눔 봉사를 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문효선 총무는 "바쁜 와중에도 이웃을 돕기 위해 직장에 휴가나 월차를 써 한자리에 모인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옷을 갖춰 입은 회원들은 먼저 일을 분담했다. 양념팀, 포장팀, 간식팀, 관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각자의 자리에서 능숙하게 일을 시작했다.

양념팀은 소금으로 절인 배추에 전날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멸치젓 등을 넣고 정성스럽게 만든 양념으로 속을 채웠다. 

포장팀은 속이 꽉 채워진 배추를 비닐에 담고 내용물이 새지 않게 케이블 타이로 입구를 묶었다. 

회장·총무 등으로 이뤄진 관리팀은 각 팀의 애로사항을 듣고 필요한 물품은 없는지,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전날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농담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김치를 받고 기뻐할 이웃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리를 잠시도 뜨지 않았다.

이웃을 돕기 위한 따뜻한 마음을 하늘도 알았던 걸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던 날씨가 금세 따뜻해졌다. 

조영옥 회장은 "아침에 비도오고 추워서 많이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라며 "얼른 김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전 11시 30분. 척척 맞는 손발 덕분에 예상보다 더 빨리 일을 마쳤다. 손과 옷에 묻은 양념을 닦아내고 밥상을 차렸다. 어려운 이웃에게 김치를 전달하기 전 국수, 돼지고기와 방금 만든 김치를 얹어 먹으며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오후부터 회원들은 이웃들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했다. 김치를 받고 기뻐하는 이웃들의 얼굴을 보니 고단함이 씻기듯 내려갔다. 

해가 뜰 때 시작한 김치 나눔 봉사는 뉘엿뉘엿 해가 질 때쯤 끝났다.  

봉개동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바쁘게 보낸 하루 덕분에 이웃들은 올겨울 춥고 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은 "지역내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봉개동 이웃을 위한 봉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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