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만의 독특한 김치인 동지김치는 겨울을 넘긴 배추에서 봄에 올라오는 부드러운 꽃대인 동지나물로 담근다.

마냥 웅크리고 싶은 눈과 추위의 계절이다. 집집마다 김장 준비로 바쁜 분주한 계절이기도 하다. 갓 담근 김장 김치에 밥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입맛을 자극하는게 바로 김치다. 매운 맛을 잊을 정도로 상큼하고 알싸한 김치는 종류와 지역마다 다양한 효능과 식감을 자랑한다.

# 사계절 입맛 자극

배추나 무 등 채소를 기본으로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 파, 젓갈 등이 골고루 들어가는 김치는 미생물들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은 물론 다양한 효능을 지니게 된다.

가장 많은 영양소는 비타민A와 비타민C로, 김치가 익어가는 동안 생긴 유산이 장을 튼튼하게 하는 정장작용을 한다.

우리네 어머니·할머니들이 김장을 담글 때 밀가루풀이나 찹쌀풀과 같은 전분을 넣는 이유도 '효능'과 관계가 있다.

전분을 김치에 넣으면 미생물 생육이 촉진돼 젖산 발효를 도울 뿐만 아니라 김치의 맛을 좋게 하고 씹을 때 '아삭 아삭' 소리를 ㄴ도록 하고 부드러운 식감도 준다.

김치의 종류에 따라서도 쓰임과 효능이 달라진다.

제주에서 '패마농김치'로도 불리는 파김치는 주 재료인 쪽파에 단백질과 당분, 비타민A·C,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감기, 식중독, 비염, 천식, 염증 등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고 혈액순환도 좋게 해준다.

'새우리' 또는 '쇠우리'로 불리는 부추를 이용한 부추김치는 독특한 향으로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 반찬으로 적당하다. 부추는 비타민A·C와 황화합물이 풍부해 해독작용을 하고 혈액순환 개선, 항산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빈혈과 원기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천연 자양강장제로 불린다.

겨울을 넘긴 배추에서 봄에 올라오는 부드러운 꽃대인 동지나물로 담그는 동지김치는 제주만의 독특한 김치다. 겨울이 지나 김치가 시어져 맛이 없어지는 계절에 싱싱한 동지나물이 입맛을 돋워준다. 위에서 누른듯 납작한 모양의 퍼데기 배추로 담그는 퍼데기김치도 풍부한 영양과 함께 겨울철 입맛을 자극한다.

# 지역마다 재료·양념·젓갈 각양각색

김치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하지만 지역적으로 특색이 드러난다. 같은 재료를 쓴다고 해도 지역이나 기후에 따라, 사용하는 소금의 양과 젓갈 종류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난다.

김치에 넣는 젓갈인 멸치젓, 새우젓, 조기젓, 황새기젓, 곤쟁이젓, 잡젓, 오징어젓은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남부지방에서는 주로 멸치젓을 사용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젓갈을 달여서 넣거나 잘 삭은 멸치젓의 맑은 국물만 사용한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소금과 젓갈을 넣는 양도 달라진다. 북부지방은 겨울이 길어서 싱겁고 담백하게 담가 채소의 신선한 맛을 즐기는 반면 남부지방은 짜고 맵게 담가 변질을 막는다.

지역 특산물과 해산물, 첨가되는 부재료에 따라서 맛은 물론 색깔과 숙성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징적인 김치 담그는 방법이 독특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배추와 무, 파, 열무, 부추, 동지나물, 갯나물, 달래 등이 김치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 소금, 설탕, 마늘, 생강, 파, 붉은고추, 풋고추, 찹쌀풀, 깨소금, 통깨가 쓰이고 젓갈류는 멸치젓, 새우젓을 쓴다. 또 굴과 청각, 쇠고기를 넣는 경우도 있고 부추, 미나리, 당근, 갓을 부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겨울에도 싱싱, 보관은 막김치로

제주도의 옛 김치는 무척 소박했다. 지금과 같은 통배추가 없어서 잎이 파란 배추로 김치를 담갔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따뜻한 날씨로 저장성이 부족해 김장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으로 소금이 타 지역보다 많이 들어갔고, 고추농사도 잘 되지 않아 고추 사용량도 적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젓갈을 많이 사용하면 김치가 빨리 시기 때문에 유명한 추자도 멸치젓을 두고도 많이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젓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현재는 제주에서 질 좋은 통배추가 대량 생산되고 고추도 많이 들어오면서 제주의 김치는 타 지역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됐다. 요즘은 김장철이 아닌 계절에도 통배추로 김치를 담가 한 포기씩 통으로 보관하지만 과거 퍼데기 배추로 담글 때는 포기째 넣기보다 칼로 대강 썰어서 양념을 버무리는 막김치가 사랑받았다.

또 제주는 육지부와 달리 겨울에도 밭에서 싱싱한 배추를 구할 수 있고, 땅도 얼지 않아서 김칫독을 땅 속에 묻을 필요가 없었다. 해안지역에서는 억센 퍼데기 배추를 바닷물에 3일 정도 미리 절여두는 방법으로 소금을 절약하기도 했다. 김봉철 기자
자료=제주문화원 「제주생활문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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