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

제주도는 그 특별한 방언과 함께 선조들의 오랜 지혜가 담긴 속담들이 많다. 특히 섬 생활과 뗄 수 없는 바다와 바람 등 자연에서 유래된 것들이 유독 눈에 띈다. '바당 속이 ᄆᆞᆰ으민 날 좋곡, 어둑으민 날 궂나' 라는 옛말이 있다. '바다 속이 맑으면 날씨가 좋고, 어두우면 날씨가 나쁘다'라는 뜻이다. 알고 보면 기상 변화의 징후를 거친 삶 속에서 직접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자연에서 이치를 깨닫고 순응하는 지혜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본격적인 겨울이다. 수도권에서는 벌써 찾아든 한파에 잔뜩 움츠린 모양이다. 제주 겨울 역시 청양 고추처럼 매서울 때가 많다. 겨울철 시베리아 벌판의 찬 북서 계절풍이 제주까지 강하게 몰아치기 때문이다. 때론 서해안을 건너오며 눈구름을 몰고 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제주는 언제쯤 가장 눈이 많을까. 이 질문 역시 지혜로운 선조들의 옛말 속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입춘날 ᄂᆞ린 눈 가린 작데기 ᄌᆞ문다'라는 말이 있다. 양력으로 2월 4일 경인 입춘의 문턱에 접어들었지만 눈이 내리면 마당에 세워 둔 작대기가 눈에 잠길 정도로 많이 쌓인다는 뜻이다. 지난 2016년 이례적인 폭설과 강풍이 휘몰아친 시기가 바로 1월 후반이다. 요새 이상기후로 예전 풍경과 많이 달라졌다지만 수많은 세월을 이겨온 속담의 위력은 여전한 것 같다.

제주공항은 이번 동절기 눈을 대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먼저 제설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일체식의 대형 제설차 2대를 추가해 모두 6대를 투입한다. 운용 인원도 6명을 증원하고 야간 모의훈련으로 보다 신속한 제설작업이 가능해 졌다. 항공사와 조업사는 항공기에 쌓인 눈을 제거하는 제방빙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다자간 협약을 체결했고 제방빙 전용 온수 공급 시스템도 설치해 시연회를 거쳤다. 전국공항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제주공항의 체류객 지원 및 수송 체계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여름 '솔릭'을 포함한 3개의 태풍이 제주를 관통했다. 당시 기관별 철저한 역할 분담과 선제적 대응으로 인적·물적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결항 이후에도 사전 예약 변경 유도, 고객 안내 강화, 임시편 증편으로 원활한 여객 수송을 질서 있게 전개한 바 있다.

그런데 잘 알겠지만 동절기 폭설은 여름철 태풍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태풍은 그 이동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겨울철 폭설은 그렇지 않다. 기습적으로 들이닥쳐 섬 전체를 꽁꽁 뒤덮기도 한다. 서해상의 찬 공기가 따뜻한 해수면을 지나며 폭발적인 수증기가 유입되는 조건이 되면 강한 눈을 쏟아 낸다. 이런 종류의 악기상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도 연출된다. 고약한 폭설은 '강풍과 저시정'을 동반하며 항공기 이착륙을 방해한다. 제주공항이 사실상 단일 활주로라는 제약도 있겠지만 이런 악천후에는 항공기 안전을 위한 일련의 결항 조치는 불가피하다.

지난달 21일 도내 15개 기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같은 혹시 모를 대규모 결항 상황과 체류객 발생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올해에는 전 유관기관과 항공사, 조업사가 메신저를 통해 공조체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한편, 항공사 결항 시간대 평준화, 항공사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제주도 재난문자를 통해 대국민 안내를 강화하는 프로세스를 집중 점검했다.

혼자일 때 보다 함께 손을 맞잡으면 큰 힘이 나온다.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긴요하다. 더 긴밀한 협력으로 이번 겨울 제주공항 안전 운항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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