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패 한라산 정기공연 '조천중학원' 18·23일 문예회관서
개교 2년만에 4·3 광풍으로 폐원…학생들 시선으로 재조명

"나라야! 너 비록 나를 버릴지라도 나는 너를 버릴 수 없다"

놀이패 한라산이 1946년 개교 2년만에 제주4·3으로 문을 닫아야 했던 조천중학원의 아픈 역사를 사월굿으로 달랜다.

1987년 창립부터 4·3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지향적 가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사월굿을 선보여온 놀이패 한라산은 '조천중학원' 정기공연을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과 23일 오후 3시·7시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세차례 무대에 올린다.

조천중학원은 제주 항일의 뿌리인 조천에서 광복 후 새 세상 새 교육의 열망과 시대적 사명으로 1946년 3월 개교한 중등학교다.

지역 주민들의 물심양면 지원에 의해 5개 학급에 20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갖고 입학해 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했지만 4·3의 광풍이 곧 들이닥쳤다.

4·3으로 대부분 교사와 학생들이 희생되거나 피신하면서 2년여라는 짧은 역사로 조천중학원은 폐원된다.

이번 공연은 당시 조천중학원의 교사와 학생들이 품었던 꿈과 희망을 들여다보고 그간 조명되지 못한 '조천중학원'이라는 이름을 4·3의 역사에 분명하게 새겨넣는 작업이다.

축구를 하고 싶다던 농사꾼이자 말테우리 강봉진과 배움을 찾아온 고춘섭, 독립운동으로 몰락한 집안 출신으로 대의를 위한 삶을 택한 부정애, 손꼽히는 해녀였던 양인순, 독립운동가 안세훈 선생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순식 등 젊은이들이 등장해 잊혀진 기억들을 관객 앞에 풀어놓는다.

연출진은 "70년이 더 지났는데 아직도 숨이 턱턱 막힐만큼 아프지만 그 아픔을 딛고 학살의 겨울이 아닌 4·3의 봄을 찾아보고 싶었다"며 "4·3으로 부정되어버린 조천중학원의 짧은 역사, 진정한 4·3의 정신은 잃어버린 조천중학원의 역사 속에 들어 있지 않을까"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15세 이상이며 관람료는 2만원이다. 청소년 1만원, 65세 이상 노인 무료. 문의=753-9539, 010-7530-9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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