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유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60년이 되면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이 80세이고 그다음이 65세라는 것이 통계청 인구추계이다. 만 15~64세의 경제활동 인구가 전체인구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생산성과 소비가 증대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보너스 단계가 끝나고 지난해부터는 인구절벽단계에 들어섰다. 

이러한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전쟁 등의 위기가 종료하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시기에 출생한 세대로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사람들이 해당함)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8년까지는 69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순차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편입된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었던 이웃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의 고령화와 맞물려 일본 또한 고령사회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평생 일하는 생애현역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생애현역이란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의지가 있으면 은퇴하지 않고 계속 현역으로 활동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고령자의 경제적 자립을 높이고 정부의 복지관련 부담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결국은 지금보다 오래 일하고 덜 받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지역 또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제주도 주민등록인구는 65만 7083명(남자 33만823명, 여자 32만6260명)이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7년 11%에서 2017년에는 14.2%로 증가하여 지난 10년 사이에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또한 2017년의 노령화지수(유소년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인구 비율)는 92.7로 전년대비 3.2포인트 상승하였으며, 2020년에는 제주의 노령화지수가 103.5를 기록해 노인 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에는 177.2, 2040년은 269.4, 2045년은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3.2배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독자들 모두 앞으로 노인인구를 어떻게 부양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며 앞으로 닥쳐올 '노인의 나라'에 대해 공포감마저 느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노인을 단지 부양대상이 아닌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공무원연금 퇴직급여 수급자는 41만9968명으로, 월 평균 240만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3년 이상 근속하고 퇴직한 수급자 15만9000여 명의 평균 수급액은 월 291만원이었다. 즉,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입이 있어 구매력을 갖춘 퇴직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지역에 기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퇴직공무원지원은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주로 전직지원, 자원봉사활동 등이 중심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미미한 편이다. 따라서 우리 지역의 퇴직공무원 또는 퇴직예정자는 물론, 타지역의 제주 귀농·귀촌 희망자를 유치하기 위한 체류형 지원프로그램을 중앙부처, 공무원연금공단과 연계하여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은퇴공무원 네트워크를 마련하여 인적자원 풀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제주가 갖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뛰어난 자연경관과 깨끗한 물이 있는 '건강과 장수의 섬'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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