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에 바다를 건너갔다(제주도 귀양살이) 돌아온 다음부터 (남에게) 구속받고 본뜨는 경향이 다시는 없게 되고 여러 대가의 장점을 모아서, 스스로 일법(一法)을 이루게 되는 신(神)이 오는 듯 기(氣)가 오는 듯, 바다의 조수가 밀려오는 듯 하였다” 유학자 박규수(1807∼1876)

 올해 「완당평전」으로 출판계에 추사 바람을 일으켰던 명지대 유홍준 교수가 「완당평전 해제편」을 펴냈다. 이로써 ‘오르기 힘든 산’으로 비유됐던 추사의 예술세계와 인간적 모습을 조망한 「완당평전」이 3권의 묵직한 인문서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제편에는 완당평전을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 중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과 문헌들을 도판사진·해제·번역으로 엮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완당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으로 전문가들에게는 꼼꼼한 주석과 풍부한 자료가 담겨진 완당 연구를 위한 소스북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 해제편 발간은 유 교수 스스로 에두아르트 푹스가 「풍속의 역사」를 펴내고 나서 보유편이라는 별권의 책을 펴낸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해제편에는 완당의 삶과 학문과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편지 글 중 초의 선사, 소치 허련, 박정진에게 보낸 편지들인 간찰첩 47편과 청나라 옹방강과 섭지선이 완당에게 보내온 편지, 완당 관계 작품 해제 등이 수록됐다.

 특히 완당이 제주 유배시절 제자였던 박혜백 소장본 인보(印譜)가 실물크기로 소개됐다. 인보는 완당작품 감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결정적 자료다. 완당의 도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뛰어난 전각예술 작품이다.

 8년간의 제주유배시절(1840∼1848) 제자 박혜백은 완당인보에 180개의 추사 도인을 수록하고 있다. 오세창이 근역인수(槿域印藪)를 편집하면서 완당의 도장을 수록한 것이 70개에 불과한 것에 미뤄볼 때 박혜백 소장 인보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제주 유배시절 완당은 박혜백을 비롯, 대정향교 유생들과 접촉하며 학문적 가르침을 전해줬다. 당시 그의 제자로는 강사공(姜師孔), 허숙(許琡), 이시형(李時亨), 김여추(金麗錐), 이한우(李漢雨), 김구오(金九五), 강도순(姜道淳), 강기석(姜琦奭), 김좌겸(金左謙), 홍석호(洪錫祜) 등을 꼽을 수 있다.

 완당이 제주유배시절 추사체를 완성하고 그의 예술적 변모가 깊이를 더해갔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이번 완당평전 완간은 시·서화, 금석학뿐만 아니라 당대 학문적 주류와 끊임없이 교류했던 추사의 삶과 예술, 학문의 세계를 모두 아우르는 본격적인 추사 연구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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